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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원제 : (Die)Verwirrungen des Zoglings Tor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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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로베르트 무질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 준 첫 장편소설『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외딴 곳에 위치한 군사학교를 무대로 퇴를레스가 이틀 동안 자신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부모를 친구들과 함께 역에서 배웅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퇴학을 당하고 어머니를 따라 학교를 떠나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독일 현대 소설에서 혁명적 전기를 마련한 저자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좋은 발판이 되어준다.

출판사 서평

무질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 준 그의 첫 장편소설.
일상적 사고와 언어로 파악되지 않는 삶의 영역을 자각하기까지 퇴를레스는 정신적 혼란을 겪는다.
그는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살아 있는 사고’의 가능성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독일 현대 소설에서 혁명적 전기를 마련한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은 무질이 1906년 베를린 훔볼트 대학 시절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다. 무질은 1902년 슈투트가르트 공과대학의 조교 시절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줄거리]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은 퇴를레스가 이틀 동안 자신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부모를 친구들과 함께 역에서 배웅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퇴학을 당하고 어머니를 따라 학교를 떠나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군사학교에서 여러 차례 친구들의 돈을 훔쳐 왔던 바시니는 동료 생도 라이팅에게 덜미를 잡힌 후로, 몇몇 생도에게 심리적·성적 호기심의 실험 대상으로 전락한다. 라이팅과 바이네베르크는 학교 건물 다락 층에 있는 그들만의 비밀 공간에서 바시니를 상대로 인격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가혹 행위를 가하거나 성적 노리개로 삼기도 하고, 최면술 실험을 하기도 하는데 퇴를레스 역시 소극적으로나마 이 일에 가담한다. 바시니를 상대로 한동안 가혹 행위를 해 오던 바이네베르크와 라이팅이 바시니의 비행을 급기야 학급의 모든 학생 앞에서 폭로하고, 흥분한 전체 학생이 바시니에게 집단 구타를 가하면서. 이 사건은 결국 학교 당국에 알려진다. 곧이어 바시니가 격리 수용된 상태에서 교사들로 구성된 조사 위원회가 열리는데 이때 퇴를레스는 어딘가로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일차적으로 라이팅과 바이네베르크 등이 조사를 받게 된다. 조사 위원회에서 라이팅과 바이네베르크 등 생도들의 가혹 행위는 교사들로부터 면죄부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동료 학우 바시니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정의로운 행동으로 미화된다.
학교 밖에서 지친 모습으로 발견된 퇴를레스가 위원회에 불려왔을 때 교사들의 뜻은 그를 벌하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심문은, 라이팅이나 바이네베르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퇴를레스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고 그에게 정신적 안정을 되찾아 주기 위한 하나의 절차에 불과했다. 따라서 교사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생각을 퇴를레스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조사를 마무리 짓고자 하지만, 조사 위원들 앞에 선 퇴를레스는 교사들이 기대하는 답변 대신 뜻밖의 독백을 길게 펼친다.
바시니의 절도 행위를 고발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퇴를레스의 답변은 교사들의 기대를 빗나가기 시작한다. 교사들은 좀 더 분명하게 말하도록 다그치지만, 퇴를레스는, “그것은 달리 말할 수가 없어요”라고 맞서며, ‘일상적 사고’로 파악되지 않고 ‘일상적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삶의 영역이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결국 교사들의 호의와 참을성을 끝내 극한으로 몰고 간다. 퇴를레스의 이야기에 더 이상 귀 기울이기를 거부하는 교사들은 퇴를레스의 정신적 상태를 책임지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퇴교시키기로 결정한다.

퇴를레스의 혼란의 뿌리
퇴를레스가 겪었던 정신적 혼란에서 바시니 사건이 큰 몫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혼란의 동기는, 조사 위원회에서 퇴를레스가 밝히고 있듯이, 수학의 “허수” 및 “무한” 개념과의 만남이었다.
수학 시간에 “허수”를 배우면서 퇴를레스는 가장 확실한 학문인 수학이 놀랍게도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수학 교사를 개인적으로 찾아간다. 그를 맞이한 수학 교사는 퇴를레스의 의문을 단순히 어린 나이 탓으로 돌리고, 그가 이해를 하게 될 때까지 그냥 “믿으라”고 충고한다. 면담 중 수학 교사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그리고 그것이 퇴를레스의 의문을 풀어 줄 수 있는 책인 듯 교사가 암시하기도 했던 칸트의 책을 그날 밤 읽어 보지만 개념으로 가득 찬 칸트의 책은 그의 실망을 배가시킬 뿐이다.
퇴를레스가 “허수”에서 겪는 혼란이 수학 교사가 생각하듯 단순히 어린 학생의 학습상의 어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수학에 대한 무질의 성찰은 무질의 문학론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학은 무질에게 이성 중심의 학문적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최고의 학문이자 문학이 모범으로 삼아야 할 가장 이상적인 학문이다. 수학은 무질에게 바로 이성과 비이성의 세계를 아우름으로써 세계 구조의 정확한 파악을 가능케 하는, 다시 말해서 이성적 영역과 비이성적 영역의 총체성 속에서 세계의 구조를 정확히 측정·예견해 내는 가장 소중한 학문이다. 나아가서 무질은, 오늘날 인류의 문명이 수학의 유용성을 떠나 생각할 수 없지만 사실 수학은 ‘모든 목적으로부터 자유롭게 ‘진리’에 몸을 바치는’ 또 다른 얼굴을 갖고 있는 학문이라는 관점에서 작가가 가장 모범으로 삼아야 할 학문임을 강조한다.
수학에 대한 무질의 문학론적 성찰을 배경으로 볼 때,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에서 퇴를레스의 정신적 혼란은 바시니 사건보다 더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처럼 표면에 드러나 보이는 줄거리보다 더욱 깊은 곳에서 작가의 성찰이 전개되는 또 하나의 차원을 갖고 있다는 관점에서 무질이 16세의 소년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한 것은 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구실’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뜻이 좀 더 분명해진다. 무질이 군사학교 소년들의 문제를 소재로 한 것은 청소년 문제의 소설을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 과정에서 생성되는 소설 본연의 차원을 위한 하나의 ‘구실’이었던 것이다.

“죽어 있는 사고”의 거부
조사 위원회에서 퇴를레스의 퇴학이 결정되지만, 퇴를레스가 학교를 떠나는 것이 교장의 결정 이전에 퇴를레스 자신의 결정이었다. 조사 위원회에서 퇴를레스는 바시니 사건을 통해서, 그리고 허수를 통해서 ‘사고로 헤아릴 수 없는 어두운 무엇’, ‘일상적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을, 교사들이 강요하는 ‘죽어 있는 사고’의 세계에 내맡기기를 단호하게 거부한 것이다. 일견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예민한 10대 소년 퇴를레스가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교사들의 생각에 맞추기를 단호히 거부하는 이면에는, 사실 ‘이성과 개념으로 파악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좀 더 진지한 성찰을 위해 스스로 학교를 떠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사실상 스스로 “죽어 있는 사고”의 세계에 남아 있기를 거부하고 학교를 떠나는 퇴를레스의 모습을, 독자들이 후에 [특성 없는 남자]의 “삶으로부터의 휴가(Urlaub vom Leben)”를 선언하는 주인공 울리히에게서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장교, 엔지니어, 수학자 등의 직업을 거친 후 낙향한 주인공 울리히가 언뜻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불식시키기 어렵지만, 작가는 주인공이 “올바른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삶으로부터의 휴가”를 선언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편 첫 소설의 주인공 퇴를레스가 오성적 개념과 언어의 한계를 자각하고 학교를 떠나는 모습 뒤에는, 그리고 현실로부터 벗어나 ‘삶으로부터의 휴가’를 선언하는 특성 없는 남자 울리히의 모습 뒤에는 다분히 학문의 길을 떠나 작가의 길을 결심한 작가 무질의 모습이 숨어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세기의 전환기에 첨단 자연과학과 철학, 심리학을 심도 있게 공부한 무질은, 퇴를레스가 말하는 소위 ‘살아 있는 사고’의 가능성을, 그리고 울리히가 말하는 ‘올바른 삶’에 대한 성찰을 학문의 개념 체계에서가 아니라 문학의 언어에서 추구했던 것이다.

번역은 독일 로볼트(Rowohlt) 출판사에서 1978년 출간한 로베르트 무질(Robert Musil) 전집 제2권에 수록되어 있는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Die Verwirrungen des Zoglings Torless)]을 원전으로 삼았다.

무질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 준 그의 첫 장편소설.
일상적 사고와 언어로 파악되지 않는 삶의 영역을 자각하기까지 퇴를레스는 정신적 혼란을 겪는다.
그는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살아 있는 사고’의 가능성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독일 현대 소설에서 혁명적 전기를 마련한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은 무질이 1906년 베를린 훔볼트 대학 시절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다. 무질은 1902년 슈투트가르트 공과대학의 조교 시절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줄거리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은 퇴를레스가 이틀 동안 자신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부모를 친구들과 함께 역에서 배웅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퇴학을 당하고 어머니를 따라 학교를 떠나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군사학교에서 여러 차례 친구들의 돈을 훔쳐 왔던 바시니는 동료 생도 라이팅에게 덜미를 잡힌 후로, 몇몇 생도에게 심리적·성적 호기심의 실험 대상으로 전락한다. 라이팅과 바이네베르크는 학교 건물 다락 층에 있는 그들만의 비밀 공간에서 바시니를 상대로 인격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가혹 행위를 가하거나 성적 노리개로 삼기도 하고, 최면술 실험을 하기도 하는데 퇴를레스 역시 소극적으로나마 이 일에 가담한다. 바시니를 상대로 한동안 가혹 행위를 해 오던 바이네베르크와 라이팅이 바시니의 비행을 급기야 학급의 모든 학생 앞에서 폭로하고, 흥분한 전체 학생이 바시니에게 집단 구타를 가하면서. 이 사건은 결국 학교 당국에 알려진다. 곧이어 바시니가 격리 수용된 상태에서 교사들로 구성된 조사 위원회가 열리는데 이때 퇴를레스는 어딘가로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일차적으로 라이팅과 바이네베르크 등이 조사를 받게 된다. 조사 위원회에서 라이팅과 바이네베르크 등 생도들의 가혹 행위는 교사들로부터 면죄부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동료 학우 바시니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정의로운 행동으로 미화된다.
학교 밖에서 지친 모습으로 발견된 퇴를레스가 위원회에 불려왔을 때 교사들의 뜻은 그를 벌하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심문은, 라이팅이나 바이네베르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퇴를레스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고 그에게 정신적 안정을 되찾아 주기 위한 하나의 절차에 불과했다. 따라서 교사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생각을 퇴를레스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조사를 마무리 짓고자 하지만, 조사 위원들 앞에 선 퇴를레스는 교사들이 기대하는 답변 대신 뜻밖의 독백을 길게 펼친다.
바시니의 절도 행위를 고발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퇴를레스의 답변은 교사들의 기대를 빗나가기 시작한다. 교사들은 좀 더 분명하게 말하도록 다그치지만, 퇴를레스는, “그것은 달리 말할 수가 없어요”라고 맞서며, ‘일상적 사고’로 파악되지 않고 ‘일상적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삶의 영역이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결국 교사들의 호의와 참을성을 끝내 극한으로 몰고 간다. 퇴를레스의 이야기에 더 이상 귀 기울이기를 거부하는 교사들은 퇴를레스의 정신적 상태를 책임지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퇴교시키기로 결정한다.

퇴를레스의 혼란의 뿌리
퇴를레스가 겪었던 정신적 혼란에서 바시니 사건이 큰 몫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혼란의 동기는, 조사 위원회에서 퇴를레스가 밝히고 있듯이, 수학의 “허수” 및 “무한” 개념과의 만남이었다.
수학 시간에 “허수”를 배우면서 퇴를레스는 가장 확실한 학문인 수학이 놀랍게도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수학 교사를 개인적으로 찾아간다. 그를 맞이한 수학 교사는 퇴를레스의 의문을 단순히 어린 나이 탓으로 돌리고, 그가 이해를 하게 될 때까지 그냥 “믿으라”고 충고한다. 면담 중 수학 교사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그리고 그것이 퇴를레스의 의문을 풀어 줄 수 있는
책인 듯 교사가 암시하기도 했던 칸트의 책을 그날 밤 읽어 보지만 개념으로 가득 찬 칸트의 책은 그의 실망을 배가시킬 뿐이다.
퇴를레스가 “허수”에서 겪는 혼란이 수학 교사가 생각하듯 단순히 어린 학생의 학습상의 어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수학에 대한 무질의 성찰은 무질의 문학론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학은 무질에게 이성 중심의 학문적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최고의 학문이자 문학이 모범으로 삼아야 할 가장 이상적인 학문이다. 수학은 무질에게 바로 이성과 비이성의 세계를 아우름으로써 세계 구조의 정확한 파악을 가능케 하는, 다시 말해서 이성적 영역과 비이성적 영역의 총체성 속에서 세계의 구조를 정확히 측정·예견해 내는 가장 소중한 학문이다. 나아가서 무질은, 오늘날 인류의 문명이 수학의 유용성을 떠나 생각할 수 없지만 사실 수학은 ‘모든 목적으로부터 자유롭게 ‘진리’에 몸을 바치는’ 또 다른 얼굴을 갖고 있는 학문이라는 관점에서 작가가 가장 모범으로 삼아야 할 학문임을 강조한다.
수학에 대한 무질의 문학론적 성찰을 배경으로 볼 때,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에서 퇴를레스의 정신적 혼란은 바시니 사건보다 더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처럼 표면에 드러나 보이는 줄거리보다 더욱 깊은 곳에서 작가의 성찰이 전개되는 또 하나의 차원을 갖고 있다는 관점에서 무질이 16세의 소년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한 것은 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구실’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뜻이 좀 더 분명해진다. 무질이 군사학교 소년들의 문제를 소재로 한 것은 청소년 문제의 소설을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 과정에서 생성되는 소설 본연의 차원을 위한 하나의 ‘구실’이었던 것이다.

“죽어 있는 사고”의 거부
조사 위원회에서 퇴를레스의 퇴학이 결정되지만, 퇴를레스가 학교를 떠나는 것이 교장의 결정 이전에 퇴를레스 자신의 결정이었다. 조사 위원회에서 퇴를레스는 바시니 사건을 통해서, 그리고 허수를 통해서 ‘사고로 헤아릴 수 없는 어두운 무엇’, ‘일상적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을, 교사들이 강요하는 ‘죽어 있는 사고’의 세계에 내맡기기를 단호하게 거부한 것이다. 일견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예민한 10대 소년 퇴를레스가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교사들의 생각에 맞추기를 단호히 거부하는 이면에는, 사실 ‘이성과 개념으로 파악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좀 더 진지한 성찰을 위해 스스로 학교를 떠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사실상 스스로 “죽어 있는 사고”의 세계에 남아 있기를 거부하고 학교를 떠나는 퇴를레스의 모습을, 독자들이 후에 ≪특성 없는 남자≫의 “삶으로부터의 휴가(Urlaub vom Leben)”를 선언하는 주인공 울리히에게서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장교, 엔지니어, 수학자 등의 직업을 거친 후 낙향한 주인공 울리히가 언뜻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불식시키기 어렵지만, 작가는 주인공이 “올바른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삶으로부터의 휴가”를 선언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편 첫 소설의 주인공 퇴를레스가 오성적 개념과 언어의 한계를 자각하고 학교를 떠나는 모습 뒤에는, 그리고 현실로부터 벗어나 ‘삶으로부터의 휴가’를 선언하는 특성 없는 남자 울리히의 모습 뒤에는 다분히 학문의 길을 떠나 작가의 길을 결심한 작가 무질의 모습이 숨어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세기의 전환기에 첨단 자연과학과 철학, 심리학을 심도 있게 공부한 무질은, 퇴를레스가 말하는 소위 ‘살아 있는 사고’의 가능성을, 그리고 울리히가 말하는 ‘올바른 삶’에 대한 성찰을 학문의 개념 체계에서가 아니라 문학의 언어에서 추구했던 것이다.

번역은 독일 로볼트(Rowohlt) 출판사에서 1978년 출간한 로베르트 무질(Robert Musil) 전집 제2권에 수록되어 있는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Die Verwirrungen d
es Zoglings Torless)≫을 원전으로 삼았다.

목차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이보게, 퇴를레스, 좀 더 분명하게 표현을 하게나.”
“그것은 다르게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교장 선생님.”
“그래도, 그래도. 자넨 흥분해 있어. 우리가 보기에 그래. 자넨 혼란스러워하고 있어. 자네가 방금 말한 것은 매우 애매해.”
“그래요, 저는 혼란스럽게 느끼고 있어요. 예전에는 그것에 대해 훨씬 더 적절한 말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제 마음속에 뭔가 이상한 것이 있었다는, 똑같은 말만 자꾸 하게 돼요….”

신기한 것은 바로, (중략) 그런 허수나 그 밖의 불가능한 값들로 아주 실제적인 계산을 하고, 결국 손에 잡을 수 있는 결과가 존재한다는 거야!
(/ 본문 중에서)

1.
“이보게, 퇴를레스, 좀 더 분명하게 표현을 하게나.”
“그것은 다르게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교장 선생님.”
“그래도, 그래도. 자넨 흥분해 있어. 우리가 보기에 그래. 자넨 혼란스러워하고 있어. 자네가 방금 말한 것은 매우 애매해.”
“그래요, 저는 혼란스럽게 느끼고 있어요. 예전에는 그것에 대해 훨씬 더 적절한 말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제 마음속에 뭔가 이상한 것이 있었다는, 똑같은 말만 자꾸 하게 돼요….”

2.
신기한 것은 바로, …그런 허수나 그 밖의 불가능한 값들로 아주 실제적인 계산을 하고, 결국 손에 잡을 수 있는 결과가 존재한다는 거야!

저자소개

로베르트 무질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로베르트 무질은 1880년 오스트리아의 클라겐푸르트에서 출생하였다. 무질은 12세부터 5년간 초급군사학교와 고등군사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후 브륀 공과대학과 슈투트가르트 공과대학을 거쳐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철학, 심리학, 수학, 물리학을 공부, 에른스트 마흐(Ernst Mach)에 관한 자연과학철학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베를린에서의 대학 시절 첫 소설을 발표한 후 학자로서의 길을 단념하고 작가의 길에 나선다. 자연과학도로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 무질은 ‘이야기에 대한 혐오’에서 소설을 썼다고 고백할 만큼 전통적 ‘이야기꾼’이기를 거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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