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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큰글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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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카프카가 남긴 장편소설은 고작 3편이다. 고독 3부작이라고도 불리는 ≪실종자≫≪소송≫≪성≫. 그중 첫 작품인 ≪실종자≫는 두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실종자≫ 속에는 카프카 문학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이 책은 한국카프카학회 회장과 자문위원을 역임한, 카프카 연구의 권위자 편영수 필자가 번역하고, 소설의 창작 과정, 작품 해석, 판본 설명 등을 포함한 해설, 지은이 소개와 연보, 서울대 김태환 교수의 서평 등이 실린 ≪실종자≫의 결정판이다. 미국 화가 에믈렌 에팅(Emlen Etting)의 그림이 함께 실렸다.

출판사 서평

※ 지식을만드는지식 큰글씨책은 약시나 노안으로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를 위해 만든 책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책은 모두 큰글씨책으로 제작됩니다.

카프카의 고독 3부작 ≪실종자≫≪소송≫≪성≫
카프카는 장편소설을 단 세 편 남겼다. 세 편은 ‘인간들 사이의 낯섦, 고립’이라는 키워드로 묶인다. 그중 카프카의 첫 장편소설인 ≪실종자≫는 다른 두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카프카를 그토록 인상적으로 만드는 특유의 어두운 환상성과 그로테스크적 성격이 덜해서, 카프카의 작품 가운데 가장 사실주의적이라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실종자≫ 속에는 카프카 문학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문제, 권력과 지배의 문제, 기계화되고 관료화되어 가는 세계와 인간 소외의 문제 등등. 이러한 주제는 ≪실종자≫에서 가장 투명하게 드러나고 이 주제들을 드러내기 위해 카프카는 그로테스크하게 왜곡되고 과장된 비현실적인 세계를 빚어냈다.

현대인의 삶에 대한 놀라운 예언
≪실종자≫의 줄거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소년의 섬뜩한 이야기다. 열일곱 살의 카를 로스만은 고향 프라하에서 서른다섯 살 하녀의 유혹에 넘어간다. 그 결과 아이가 태어나고 카를의 부모는 양육비 부담과 자신들에게 밀어닥칠 추문을 피하기 위해 카를을 배에 태워 미국으로 보낸다. 소년 카를은 착취와 경쟁이 난무하고 비인간화된 세계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투쟁하지만 철저하게 몰락의 길을 걷는다. 위계질서의 권위와 카를 사이의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한 추방이라는 구도는 작품에서 계속 변주된다. 그리고 마지막, 카를은 오클라하마 극장에 채용된 사람들과 함께 기차 여행을 하는 도중에 실종된다. 실존의 전제 조건인 일자리를 얻기 위해 투쟁하지만 ‘실종’을 통해 미국이라는 거대한 처벌의 공간에서 해방된 카를. 이는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순응하고 스스로를 순치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놀라운 예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메리카’와 ‘실종자’
이 소설은 처음 ‘아메리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1927년 카프카의 친구이자 평론가·편집자인 막스 브로트가 미완성인 이 작품의 제목을 그렇게 붙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프카가 1912년 한 편지에서 “미완성으로 구상 중인 이야기”라고 하며 언급한 제목은 바로 ‘실종자’다.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카프카는 세상을 떴고 브로트는 그 원고를 편집해 ‘아메리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1982년 문제를 의식한 연구자들이 비평판 카프카 전집을 발간하기 시작한다. ‘실종자’는 그렇게 제목을 되찾았다.

목차

1장. 화부
2장. 외삼촌
3장. 뉴욕 교외의 별장
4장. 람제스로 가는 길
5장. 옥시덴탈 호텔에서
6장. 로빈슨 사건
7장. 도심에서 떨어진 교외의 길임에
8장. 로빈슨이 “일어나! 일어나!”라고 외쳤다

미완성 부분
브루넬다의 이사
카를은 길모퉁이에서 보았다
그들은 이틀 밤낮으로 기차를 탔다

해설
부록 카프카의 ≪실종자≫ / 김태환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그가 가난한 이민자로 상륙했더라면 어디서 살아야만 했을까? 외삼촌의 해박한 이민법에 비추어 볼 때 그는 미국 입국 허가조차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모른 채 본국으로 송환됐을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동정심을 기대할 수 없다. 이 점과 관련해 카를이 미국에 대해 읽었던 것이 모두 정확했다. 여기서는 행복한 사람들만이 주위의 걱정 없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자신들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56쪽

카를은 그 하녀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품고 있지 않았다. 점점 희미해져 가는 과거의 복잡한 기억 속에서 그녀는 항상 부엌 찬장 옆에 앉아 그 찬장의 판자 위에 팔꿈치를 대고 있었다. 카를이 가끔 아버지를 위해서 물컵을 가지러 가거나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부엌에 들어갈 때면 그녀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때로는 그녀가 부엌 찬장 옆에서 이상한 자세로 편지를 쓰다가 카를의 얼굴을 보고 영감을 얻기도 했다. 또 어떤 때는 그녀가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는데, 그럴 때는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가끔 그녀는 부엌 옆에 있는 좁은 방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그때 카를은 지나가면서 조금 열려 있는 문틈으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떤 때 그녀는 부엌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카를이 길을 막으면 마녀처럼 웃으면서 달아나기도 했다. 또 카를이 부엌에 들어와 있던 어떤 때는 부엌문을 걸어 잠그고 열어주지 않아 카를이 나가게 해 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문의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 또 어떤 때는 카를이 전혀 갖고 싶지도 않은 물건을 갖고 와서 슬며시 카를의 손에 쥐여 주기도 했다. 그런데 한번은 그녀가 “카를!” 하고 부르고서, 뜻밖에 말을 걸어온 데 놀란 카를을, 인상을 찌푸리고 거친 숨을 내쉬면서 자기 방으로 끌고 가서 문을 잠갔다. 그녀는 목을 조르기라도 하듯 그의 목을 감쌌다. 그녀는 옷을 벗겨 달라고 졸랐지만, 사실은 그녀가 그의 옷을 벗겨서 그를 침대에 눕혔다.
-43∼44쪽

언젠가 카를이 테레제와 나란히 창가에 서서 거리를 내다보고 있었을 때, 테레제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얘기했다. 테레제가 다섯 살 무렵 어느 겨울 밤, 어머니와 테레제는 각자 보따리를 든 채 잠자리를 찾기 위해 거리를 급히 걸어가고 있었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그녀의 손을 끌어 주었으나 눈보라가 몰아쳐서 앞으로 걸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게 되자 손의 감각을 잃고는 테레제를 돌아보지도 않고 떼어 놓았다. 테레제는 있는 힘을 다해 어머니의 치마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테레제는 자주 비틀거려 넘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미친 사람처럼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 어머니의 유일한 소망은 어디든 따뜻하게 쉴 수 있는 장소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그런 장소를 구하지 못했다. (...) 한두 차례 어머니는 숨을 헐떡이면서 조용한 계단의 층계 위에서 웅크리고 앉아서 싫다고 하는 테레제를 끌어당겨 아플 정도로 억지로 키스를 했다. 테레제가 나중에 그것이 마지막 키스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아무리 작은 어린애였다고 하지만 그것을 모를 만큼 아둔했다는 사실을 그녀 자신이 이해할 수가 없었다. (...) 때로는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때로는 어머니의 치마에 매달린 채 한마디 위로의 말도 듣지 못하고 끌려가는 것은, 어린 그녀로서는 물론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이 모든 것에 당황한 테레제에게는 어머니가 자기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안전을 위해 테레제는 어머니가 한쪽 손을 잡고 있을 때도 다른 손으로 어머니의 치마를 더욱 단단히 붙잡고 이따금 흐느껴 울었다. (...) 마침내 모녀가 도착한 곳은 어머니가 그날 아침에 오기로 약속했던 바로 그 공사장이었다. (...) 어머니는 그대로 걸어가 조그마한 벽돌 더미로 다가갔다. 그 벽돌 더미를 넘어서 난간은 끊기고, 아마 길도 끊길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난간을 붙잡지 않고 벽돌 더미 쪽으로 돌진했다. 거기서 어머니의 능숙한 솜씨가 어머니를 버린 것 같았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벽돌 더미를 넘어뜨리면서 그것을 넘어서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212∼219쪽

저자소개

프란츠 카프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8830703

1883년 7월 3일 프라하에서 태어나 1924년 6월 3일 비엔나 교외의 한 결핵 요양소에서 그리 길지 않은 생애를 마쳤다. 유대계 상인 가정에서 태어나 독일계 김나지움을 다니고, 프라하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였다. 1906년 학위를 취득하고 노동자재해보험국의 관리로 들어가서 1922년 폐결핵 발병으로 퇴직할 때까지 근무하였다. 그는 세 차례 약혼하였으나 결국 모두 파혼하였다. 그중 두 차례는 펠리체 바우어(1914, 1917)와, 한 번은 율리에 보리체크(1919)와의 약혼이었다. 한편 밀레나 예젠스카와 상당히 긴 교제(1920-1922)를 하였을 뿐 아니라, 임종을 같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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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영수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논문의 제목은 '카프카 문학에 나타난 진실과 허위의 모티프 연구'이다. 이후 LG 연암문화재단 해외연구교수로 선발되어, 카프카 전문가인 카를하인츠 핑거후트(Karlheinz Fingerhut) 교수의 초청으로 독일 루트비히스부르크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전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서 키워드가이드 ('카프카', '독일문학')로, 또 한국카프카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카프카의 인간성에 매료된 사람, 카프카의 독특한 생각의 깊이에 빠져 있는 사람,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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