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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새라고 믿는 그림 천재 소년,
자신만의 새를 찾아가는 나 홀로 여행을 떠난다

자신에게 주어진 외로움과 갈등, 어려움을 헤쳐나가려 노력하는 주인공 소년의 모습은 안쓰럽지만 대견하다. 아이들에게 꼭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여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하는 작가의 생각이 문학작품으로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들의 성장 과정을 담담히 지켜보고 응원하듯 글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2016년 차오원쉬엔 작가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수상 이후 새롭게 집필한 신소설 시리즈 중 하나로, 기존의 작품세계를 뛰어넘어 아동문학, 성장소설 창작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 아이의 삶과 성장을 함께하며 인간과 인간의 모습, 인간과 자연, 생명과의 교류를 관조하고 삶의 숭고함과 인간으로서의 존엄, 생명의 고귀함,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의지를 찬미한다.

차오원쉬엔은 중국의 안데르센이라 불리는 작가이다. 2016년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아동, 청소년 문학 작가로 인정받았다. 중국에서는 생존작가로는 최초로 작품이 실렸고, 우리나라에서도 중등(《빨간 호리병박》), 고등(《빨간 기와》) 국어 교과서에 작품이 실렸다.

독자가 되어 위피알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니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했습니다. 남몰래 혼자만의 외로움과 허전함을 이겨 내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길을 내딛는 소년이 대견하기도 했어요. ‘나라면 어떻게 할까? 저렇게 당당하고 의젓하게 내 생각을 그려 낼 수 있을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새를 찾아낼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자기 앞에 놓인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 내야만 한 뼘 더 자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피알의 여정을 함께한 여러분 모두는 저와 같은 마음으로 궁금해하고 응원하고 기뻐했을 겁니다. 위피알이 자신의 새를 찾기를, 그래서 조금 덜 아프고 더 행복해지기를. 차오원쉬엔 작가가 바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 세상 모든 위피알이 자신의 새를 찾기를, 아픔을 겪으며 세상을 배우고 성장해, 앞으로는 조금 덜 아프고 더 행복해지기를 바랐겠지요.
-옮긴이의 말에서

1. 아빠는 새
2. 새의 아이
3. 동쪽 산
4. 시와 약
5. 그라피티
6. 새하얀 벽
7. 깃털
8. 검은숲
9. 새를 찾아서
10. 황야
11. 낯선 마을
작가의 말 문학, 또 하나의 집 짓기 /신소설을 시작하며
옮긴이의 말 자신만의 새를 찾아서

1. 아빠는 새
한 살배기 위피알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바로 “아빠”였다. 엄마가 아빠라는 말을 가르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위피알은 저 하늘 위 구름 사이로 나타난 눈부신 새를 보며 “아빠”라고 부른다.


15쪽
“위피알의 아빠는 새란다.” 위피알이 한 살이었을 때 하늘 위를 날던 커다란 새를 보면서 엄마가 했던 말이다. 엄마는 이 말이 썩 마음에 들었다. 왠지 구슬픈 느낌이지만 굉장히 시적인 표현이기 때문이었다.


5. 그라피티
한 달여간 사경을 헤맨 위피알은 깨어나고 나자 더 조용하고 이상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위피알이 눈밭에서 미친 듯이 새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엄마는 위피알이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위피알은 마을의 벽을 온통 새 그림으로 뒤덮는다.

60쪽
위피알은 몸을 푹 수그린 채 나뭇가지로 눈 위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다가가 살펴보니, 새하얗게 반짝거리는 눈 위에 그린 건 각기 다른 새 대여섯 마리였다. 새를 유심히 보던 엄마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위피알이 그린 눈밭 위의 새가 너무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67쪽
몸집도 길이도 제각각에 서로 다른 자태와 다양한 색의 깃털을 뽐내는 새들이 잇달아 벽에 모습을 드러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집 안팎 곳곳이 빈틈없이 채워졌다.


8. 새를 찾아서
외할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부탁한 위피알은 아빠를 찾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한다. 엄마와 외할머니는 위피알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엄마는 할 수 없이 몰래 준비를 돕고, 외할머니는 예수라는 동네 청년에게 위피알의 뒤를 쫓아가 달라고 부탁한다.

131쪽
엄마가 발견한 것은 위피알이 남긴 쪽지 한 장뿐이었다. ‘엄마, 나 아빠 찾으러 가. 새를 찾으러 갈 거야.’ 엄마는 지붕을 올려다보았다. 검은숲의 그림자도 온데간데없었다.


13. 이끌림
위피알이 아빠 새를 찾아 떠도는 동안, 헤이야펑을 찾은 조류학자가 있었다. 그는 10년 전, 새를 찾아서 이곳에 와서 2년간 머물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던 사람이었다. 자신이 이곳에서 보았던 유일한 새 한 마리를 찾아 다시 돌아온 그는 위피알이 그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 뒤를 쫓게 되고, 그림을 그리던 위피알과 맞닥뜨린다. 두 사람이 서로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낀다.

193쪽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위피알이 갑자기 돌아보았다. 위피알의 눈과 조류학자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위피알의 눈이 구름을 뚫고 나온 별빛처럼 반짝 빛났다. 그의 눈 역시 환하게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마치 서로를 끌어당길 듯 상대방을 응시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위피알은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다시 그림 그리기로 돌아갔다.
조류학자는 털썩 자리를 잡고 앉아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위피알은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도 힐끔힐끔 조류학자를 보았다.

15. 우리는 한 팀
조류학자는 계속해서 위피알의을 좇으며, 옛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위피알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금세 친해져서 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225쪽
두 사람은 각자 배낭에서 옷을 꺼내 베개를 마련했다. 그렇게 나란히 누웠는데도 둘 사이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무수히 많은 밤을 이미 밖에서 함께 보낸 것처럼 편안했다.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던 조류학자는 위피알에게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들을 떠올렸다. 예를 들어 “너는 왜 그렇게 벽에다가 새 그림을 그리는 거니?”, “그림은 누구한테서 배웠어?”, “너는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니?”, “혹시 누구를 찾고 있니?”, “네 집은 어디야?” 등의 물음이었다.
그에게 위피알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