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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는 기존 시의 언어를 영상과 문자의 멀티언어로

디카시는 기존 시의 언어를 영상과 문자의 멀티언어로 지평을 넓힌 멀티언어 예술이다. 형태시처럼 문자에 사진을 보조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아니고, 포토포엠처럼 완성된 시에 사진을 덧붙이는 방식도 아니다. 디카시는 시인이 직접 자연이나 사물에서 감흥한 시적 형상을 찍고 쓰는 새로운 방식의 시이다. 영상과 문자가 한 몸이 되어 시가 된다는 말이다. 디카시에서 영상과 문자는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

편자들은 고성을 발원지로 하는 디카시를 새로운 시대의 시 아이콘으로 키워 나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문학의 큰 마당으로 이를 인도하는 것이 우리의 간곡하고 강렬한 꿈이다. 그것은 발원지인 고성의 꿈이요 한국의 고유한 문예장르를 세계문학의 한가운데로 이끌어 가려는 소망이다. 차제에 지금까지의 디카시 중에서 모범이 될 만한 작품을 선정하여 디카시 사화집을 엮을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머리말 / 5

제1부 위무와 격려의 서정

이은봉 영산홍 꽃무더기 | 19
정한용 물의 알 | 20
구광렬 들꽃 | 21
송찬호 리본 | 22
조현석 단심 | 23
김유석 해바라기가 있는 풍경 | 24
최춘희 사랑 | 25
이태관 빛 | 26
김종태 청춘 | 27
조은길 어둠의 사생활 | 28
박성우 걱정 마 | 29
김시탁 목련 | 30
박우담 시인 | 31
곽경효 홍일점 | 32
천융희 세월호 | 33
이병철 노을 형무소 | 34
김인애 어떤 풍장 | 35

제2부 사랑 그리고 그리움

김수복 율포 편지 | 39
이원규 평사리 부부송 | 40
공광규 빨간 내복 | 41
임동확 안부 | 42
오민석 그새 보고 싶은 당신 | 43
김정수 풍선 | 44
변종태 여유 | 45
박완호 꽃잎 편지 | 46
최서림 고향집 | 47
박서영 공룡 발자국 화석 | 48
이서린 환생 | 49
제민숙 웅크린 봄 | 50
고영민 성냥 | 51
장인수 꽃그늘 | 52
김개미 만취 | 53
조용숙 공범 | 54
이일림 바닥 | 55
이진욱 뱀딸기 | 56
임창연 찰나 | 57
이기영 등뼈 | 58

제3부 삶과 가족의 따뜻함

조정권 고성 앞바다 | 61
박노정 생구生狗 | 62
양문규 애호박 | 63
박종현 평화의 소녀상 | 64
김왕노 백수 | 65
강미옥 별이 빛나는 시간 | 66
김일태 낙심 | 67
문성해 밥이 기다려요 | 68
백순금 별꽃 | 69
최영욱 지문 | 70
최광임 푸른 경전 | 71
박후기 해우소 | 72
마경덕 도시의 허파 | 73
이시향 피다 | 74
나석중 생도 | 75
박준 가족 | 76
김영주 다문화 | 77
정이향 생식 | 78
서동균 나무 | 79
조영래 바람의 집 | 80
정다인 세월 | 81

제4부 꿈에서 현실로의 길

김규화 정적 | 85
손종호 피라밋의 꿈 | 86
최종천 코스모스 | 87
최창균 담쟁이 | 88
이상옥 폭우 | 89
김상미 백석을 베끼다 | 90
서안나 소년 A | 91
황정산 난간 | 92
이재훈 쉼 | 93
옥영숙 풍경 소리 | 94
김이듬 적벽 | 95
이종수 꿈 | 96
김남호 하동읍 | 97
조민 나무의 입 | 98
박지웅 그리고 창은 망설이지 않고 어두워졌다 | 99
윤진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100
조향옥 노출 | 101
손수남 견딤 | 102
김정희 화려한 외출 | 103
김민지 고슴도치당 | 104

머리말

영상과 문자가 빚은 새로운 시의 축제
-디카시, 고성에서 한국으로 또 세계로

디카시는 2004년부터 경남 고성을 중심으로 일어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예운동이다. 한반도 남쪽의 소읍 고성에서 발원한 디카시가, 문자문화?활자매체에서 영상문화?전자매체로 문화와 문학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시대에 새로운 창작의 아이콘이 되어 시인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지난해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디카시는 “디지털 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라는 의미 규정과 함께 동시대의 새로운 문학 형식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디카시가 하나의 에콜을 형성하며 문예운동으로 확산된 것은 우리 시 문학사를 통시적으로 살펴볼 때 1930년대 김광균을 중심으로 한 ‘모더니즘 시운동’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지닌다고 하겠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환경의 도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게 되었다. 시라고 예외일 수 없다. 시 또한 소통을 전제로 한 담화의 일종이며,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진화를 거듭해 온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음성언어 중심의 시대에는 시가 가창되는 노래의 유형을 취했고, 문자언어 중심의 시대에는 자유시나 산문시처럼 인쇄매체를 통해 읽히는 방식이었다.
영상을 매개로 읽고 사유하는 시대정신이 일반화하면서, 근자에는 종이책을 뒤로한 채 손안의 모바일 컴퓨터 곧 스마트 폰을 활용한 SNS 소통이 대세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카톡, 트위터는 시공을 초월하는 디지털 미디어의 소통 혁명을 촉발하고, 문자언어를 넘어 영상과 문자의 멀티언어로 멀티플 쌍방향 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람들은 스마트폰 SNS로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전자매체를 도구로 하는 이러한 정보 교환은 문자 미디어 시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영상 글쓰기가 이미 일상화되고 있는 셈이다.
디카시는 이와 같은 영상 글쓰기에 예술성을 부여한, 뉴 미디어 시대에 있어서 새로운 시의 진화이다. 그간의 시는 문자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시가 언어예술이라는 말은 어쩌면 신성불가침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에 언어예술이면서도 문자언어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적 시도가 계속되어 왔다. 시가 문자만으로는 그 의도를 다 드러내지 못한다는 한계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어 전달의 기호적 특성인 추상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시에 형태성을 부여하는 노력을 지속해온 것이다.
특히 1980년대 한국에서 시도된 형태시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시도 또한 시가 언어예술의 한계성을 넘어서고자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구나 멀티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문자언어만으로는 호소력이 약하다는 인식 때문에 기존의 시에 사진을 엮어서 표현하는 포토포엠이라는 것이 나타났다. 이는 기성시인이 쓴 시에 그와 어울리는 사진을 병치하여 시 감상에 도움을 주려는 것인데, 이 역시 매체변화에 따른 새로운 현상이다.
디카시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 장르라는 데서 형태시나 포토포엠과 확연히 구분된다. 형태시가 문자에 사진을 도입하는 것이나 포토포엠이 시에 사진을 덧붙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디카시를 이들과 유사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디카시는 기존 시의 언어를 영상과 문자의 멀티언어로 지평을 넓힌 멀티언어 예술이다. 형태시처럼 문자에 사진을 보조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아니고, 포토포엠처럼 완성된 시에 사진을 덧붙이는 방식도 아니다. 디카시는 시인이 직접 자연이나 사물에서 감흥한 시적 형상을 찍고 쓰는 새로운 방식의 시이다.
이 용어가 디지털 카메라의 준말인 ‘디카’와 ‘시’의 합성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영상과 문자가 한 몸이 되어 시가 된다는 말이다. 디카시에서 영상과 문자는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 영상만으로, 문자만으로는 각각 독립성을 지니지 못한다.
영상과 분리된 문자는 그 자체로는 시적 완결성을 지니지 못하는 까닭으로 그 문자를 시라고 명명할 수 없다. 포토포엠의 경우 사진과 시는 각각 독립성을 지니는 것이고 일시적으로 결합되었다가 또 분리가 가능하지만, 디카시는 영상과 문자가 하나의 텍스트로 완결성을 지닌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론적으로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는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디카시 작품 한 편을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이미 유수의 시인들과 디카시 마니아들, 디카시 카페나 블로그, SNS 등을 통해 디카시 작품이 지속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