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남 - 싸움 - 어쩌면 - 사랑

[12쪽] 아버지는 누나가 써준 편지와 함께 남미로 넘어오셨고 그렇게 아버지와의 여행을 갑자기 시작하게 되었다. [49쪽] 긴지 짧은지 알게 뭐야. 어떻게 보면 길고 어떻게 보면 짧은 것을. 어려워서 두려워서 포기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뭘 그리 어려워했을까? 한번이라도 용기 내볼걸. [65쪽] 오늘은 아버지랑 싸우지 말자. 오늘만큼은 효자가 되자. 늘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늘 무너졌다. 같이 다니면 화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79쪽] 왜 나는 아버지와 평생 함께 살 것처럼,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것처럼, 상처를 주고 싸웠을까? 하루하루 아버지와 이별하고 있었음에도 [127쪽] 밤하늘의 수천억 개의 별을 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니야.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니야. 믿으면 돼. 믿음에는 큰 힘이 있어. 있다고 믿으면 그곳에 있는 거야. [138쪽] 아버지는 나에게 재미있는 세상만을 보여주기 위해 서툴게 되셨던 건데 바보 같이 아무것도 몰랐 던 이기적인 나는 그런 아버지를 물어뜯고 있었다. [188쪽] 문화가 대놓고 달라 버리면 이해해 주는 쿨함이라도 보여줬을 텐데. 아버지와 나는 애매하게 닮은 부분이 많아서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서로 알지 못했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데 30년이 더 걸렸다. [209쪽] 나는 아버지를 버팀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 는 아들을 위해 버틴목이었다. 그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여행이 끝난 뒤였다. 후회가 밀려왔다. [247쪽] 위험한 지역에서 아버지는 항상 내 앞에 계셨고 안전한 지역에서 아버지는 늘 내 뒤에 계셨다. 다퉜을지언정 늘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항상 같은 마음으로 [284쪽] 여행 내내 지지고 볶고 싸울 때는 전혀 느껴지지 않던 감정들이 오로라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떠올랐다. 아버지의 마음은 늘 구름처럼 투박하게 보였지만 사실은 오로라였단 것을. 사랑으로 보아야 보이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