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은 1785년과 1786년에 연년생으로 태어난 독일 그림가의 형제이다. 형인 야코프가 작고 마른 몸집에 날카롭고 까다로웠다면, 동생인 빌헬름은 키가 크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며 병치레가 잦았다고 한다. 사법관직인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자 사회의 차별을 받으며 힘겨운 날들을 했던 그들의 삶도 한 편의 동화 같았다. 원래 그들은 법학을 전공했지만 역사와 신화, 전설과 민화에 관심이 많아 사람들 마음 속의 원형인 고스란히 담긴 옛이야기를 찾아 모으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19세기 독일,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웠지만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서서히 사라지는 안타까움도 한 몫 했고요. 그래서 그들이 엮어낸 옛이야기들의 원제목은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집>이랍니다. 그 안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품고 있는 기쁨과 슬픔, 분노와 용서, 이기심과 탐욕, 희망과 상상력이 담겨 있다. 그래서 무섭고 잔인한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림 형제는 자기들 마음대로 덧붙이거나 아름답게 꾸미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복원하려고 힘썼다. 13년 동안 수집해서 모은 이 책의 문체나 양식은 낭만주의 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고, 최초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옛 이야기 모음집으로 서양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라 할 만큼 널리 읽히고 있다. 이 책은 그림 형제가 모은 211가지 옛이야기 중에서 123가지를 골라 다시 엮었다. 원본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어린이들이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재구성했으며, 두권으로 나뉘어 있다.

머리말 1. 개구리 왕자 2. 재투성이 아셴푸텔 3. 백설 공주 4. 지빠귀 부리 왕 5. 백조 왕자 6. 털북숭이 공주 7. 까마귀 공주 8. 올드 링크랭크 9. 요린데와 요링겔 10. 홀레 할머니 . . . (중략) . . . 55. 브레멘의 음악대 56. 늑대와 일곱 마리의 새끼염소 57. 슐탄이란 개 이야기 58. 고양이와 쥐 59. 늑대와여우 60. 여우와 사촌 61. 여우와 고양이 62. 디트마르쉬의 거짓말 63. 허풍쟁이의 나라

아주 먼 옛날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던 시절의 이야기다. 왕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여럿 있었다. 그러나 그중 막내딸이 가장 아름다웠다. 해님도 빛을 뿌릴 때마다 감탄할 정도로. 왕이 사는 성 근처에는 울창한 숲이 있었다. 공주는 황금 공을 숲으로 가져가 놀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공주는 황금 공을 높이 던졌다가 받으려다가 그만 놓치고 말았다. 공은 공주의 손에 맞고 데굴데굴 구르더니 샘 속으로 풍덩 들어가 버렸다. “아 아 앙…….” 공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세요, 공주님? 공주님의 슬픈 눈물에 돌도 슬피 울겠어요.” “어, 누구지? 누가 내게 말을 걸었지?” 공주가 주위를 둘러보자 개구리 한 마리가 샘 속에서 울퉁불퉁한 머리를 불쑥 내밀었다. “아, 개구리구나. 난 황금 공을 잃어버렸어. 샘 속에 빠졌거든. 그래서 울고 있단다.” “그렇다면 제가 황금 공을 찾아 드릴게요. 그러면 공주님은 제게 뭘 주실 건가요?” “무엇이든 다 줄게. 옷이랑 진주, 보석도 주고 머리에 쓴 금관도 줄게.” “아니에요, 공주님. 제가 원하는 건 저를 사랑해 주고 함께 놀아 주고 식탁 앞에 앉을 때 공주님 옆자리에 앉게 해 주고, 공주님의 작은 황금 접시에 담긴 음식을 함께 먹게 해 주고, 공주님의 작은 침대에서 함께 자게 해 주는 일이랍니다. 그렇게 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실 수 있나요?” “그래, 물론이야. 내 공만 찾아 준다면.” “좋아요, 공주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개구리가 샘 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것을 본 공주는 속으로, ‘개구리가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네. 어떻게 나와 친구가 되겠다는 거야?’ 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 후 개구리는 황금 공을 입에 물고 샘 밖으로 나왔다. “와, 내 황금 공이다!” 공주는 풀밭에 떨어진 공을 냉큼 들고는 성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공주님, 기다리세요. 저도 데려가셔야죠.” 개구리가 개골거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성으로 돌아온 공주는 곧 공을 찾아 준 개구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었다. 그 다음 날이었다. 공주가 왕과 식탁에 앉아 황금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는데 무언가가 팔딱대며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탁탁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공주님, 공주님. 문 좀 열어 주세요.” “이 시간에 누굴까?” 궁금해진 공주는 문을 열어 보자마자, “어머나!” 하고 깜짝 놀라서 문을, “쾅!” 닫아 버렸다. 어제 만났던 작은 개구리가 문 밖에 있었으니까. - p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