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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 기욤 뮈소 장편소설

원제 : Seras Tu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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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사랑을,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인생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떠나는 사랑의 시간여행! 한국 영화로 탄생한 기욤 뮈소 소설!

출판사 서평

1.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사랑을,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 인생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떠나는 사랑의 시간여행!
- 한국 영화로 탄생한 기욤 뮈소 소설!

2007년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초판이 나왔으니 어느새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도서출판 밝은세상〉은 지난 15년 동안 달라진 맞춤법에 따라 일부 어휘를 수정하는 한편 등장인물들이 시대에 맞지 않는 대화체를 사용하는 부분이 더러 있어 새로운 교정 작업을 거쳐 개정판을 발행하게 되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2015년에 홍지영 감독, 김윤석, 변요한 주연의 국내영화로 제작되어 다시 한번 큰 화제를 불러 모으며 크게 주목받았다.
기욤 뮈소는 매년 《르 피가로》지와 〈프랑스서점연합회〉에서 조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순위에서도 8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018년 작 《아가씨와 밤》은 《FR2》 방송에서 6부작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되었고, 그 외 다수의 소설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그의 소설은 현재 전 세계 45개국에서 출간돼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기욤 뮈소는 하나의 현상’, ‘페이지터너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 ‘언제나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반전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하는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소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생을, 사랑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누구나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볼 때 기쁘고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아쉽고 안타까웠던 일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선택으로 실수를 바로잡고 싶은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약한 존재이고, 살아가는 동안 저지른 실수를 회복할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누구에게나 묻어버린 슬픔과 회한이 있게 마련이다. 인생에는 리허설이 없다. 오로지 단 한 번의 기회만이 주어지기에 저마다 가치 있고 복된 삶을 이루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경주한다.
이 소설은 우리가 인생에서 이룰 수 없었던 미망, 눈물을 머금고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회한에 대해 깊이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누구나 마음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시간여행을 떠나 인생의 치명적인 실수를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엘리엇은 지난 30년 동안 어느 누구보다 성실한 자세로 성공적인 인생을 열어왔지만 평생 떨쳐버리지 못한 회한이 있다. 그의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30년 전 사고로 숨진 연인 일리나를 다시 한번 만나보는 것이다. 캄보디아에 의료봉사를 나가 아이의 병을 고쳐주고 신비한 노인으로부터 황금빛 알약 10개가 들어있는 병을 선물로 받은 엘리엇은 30년 전 과거로 돌아가 운명을 바꿀 시간여행의 기회를 부여잡는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펼치는 순간 엘리엇과 함께 아슬아슬하고 신비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 엘리엇은 사랑과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갈까? 시간의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엘리엇에게는 어떤 고난이 밀어닥치게 될까?
30년 전으로 돌아간 엘리엇은 우여곡절 끝에 일리나를 살려내지만 자신의 인생과 밀접하게 얽혀있는 과거의 사실 한 가지가 달라지면서 나비효과처럼 수습하기 힘든 혼란이 초래된다.

2. 인간은 운명적인 존재이자 불완전한 존재

기욤 뮈소는 이 소설에서 인간은 운명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우리의 인생은 그리 쉽게 바꿀 수 없고, 설령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엘리엇이 30년 전으로 돌아가 일리나를 구할 경우 딸 앤지는 이 세상에 나올 수 없다. 앤지는 일리나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후 다른 여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기 때문이다. 일리나를 선택하면 앤지를 포기해야 한다.
엘리엇은 선택의 기로에서 고뇌를 피할 수 없다. 그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후회가 따를 테니까. 이 소설은 엘리엇이 가장 이상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지혜와 상상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가 수습하기 힘든 고뇌와 혼돈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묘미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6,70년대 미국 비주류 문화, 히피 문화의 본산지이기도 하다. 현재와 과거, 현실과 초현실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샌프란시스코보다 적절한 장소는 없어 보인다. 기욤 뮈소는 이 소설에서 독자들의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로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눈을 감으면 엘리엇이 운전하는 비틀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샌프란시스코 거리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 것 같다. 70년대 미국 대중문화의 디테일들도 독자들에게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줄만큼 감각적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70년대의 히피 문화,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미소의 냉전구도와 핵무기 각축전 등의 70년대 관심사가 오늘날에는 어떤 양상으로 변모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흥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기욤 뮈소는 이 소설을 통해 과거와 미래에 발목 잡힌 우리들에게 현재를 살라 충고한다. 인간이면 누구나 평생 회한으로 남을 수 있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는 의도하지 않은 실수와 불운이 깃들게 마련이다. 인간은 운명을 바꿀 수는 없지만 개선시킬 여지는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엘리엇이 혼신의 힘을 다해 운명을 바꿔보려 시도하다가 결국 깨닫게 되는 건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기욤 뮈소는 이 소설에서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진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삶을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바탕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3. 30년 동안 간절한 그리움으로 남은 연인, 이제 그녀를 다시 만나러 간다!
-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줄거리 요약

죽음을 눈앞에 둔 예순 살의 외과의사 엘리엇이 간절히 바라는 게 있다면 사랑했던 연인 일리나를 다시 한번 만나보는 것이다. 엘리엇은 캄보디아에 구호활동을 나갔다가 아이의 병을 낫게 해준 대가로 신비한 노인으로부터 황금빛 알약 열 알이 든 작은 병을 선물로 받는다. 노인은 엘리엇에게 알약을 한 알 복용하면 20분씩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일리나를 만나기 위해 30년 전 과거로 돌아간 엘리엇은 서른 살의 자기 자신과 조우한다. 예순 살의 엘리엇과 서른 살의 엘리엇이 함께 하는 공간에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고, 거스를 수도 없는 거리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일치하는 생각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여인 일리나의 운명을 바꾸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랜도의 〈오션월드〉에서 범고래 쇼를 진행하는 수의사로 일하던 일리나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일리나가 사고로 죽기 바로 직전이 현재의 엘리엇이 과거의 자신과 만나는 지점이다.
엘리엇의 소망은 일리나를 꼭 한 번 만나보는 것이었지만 이제 그는 그녀의 운명을 바꾸고 싶은 열망에 휩싸인다. 만약 일리나를 살려 그녀와 사랑을 이어가게 된다면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20년 전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외과학회에 참석했다가 만난 여의사와 짧은 사랑을 하게 되고, 그 결과 딸 앤지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일리나와 계속 사랑하게 된다면 딸 앤지는 세상에 나올 수 없게 된다. 고뇌를 거듭하던 엘리엇은 한 가지 묘수를 찾아낸다. 일리나를 살리되 그 자신과 헤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일리나를 살리지만 즉시 이별을 고해야 하는 엘리엇은 절망에 휩싸인다. 일리나 역시 이별에 대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한다. 엘리엇은 골든게이트에서 몸을 던진 일리나를 수술해 가까스로 그녀를 살려내지만 그의 인생은 깊은 혼란 속으로 휩쓸려 든다. 절친한 친구 매트와의 결별 역시 엘리엇에게는 지울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서는데…….

추천사

엘르
미스터리와 상상력의 위력적인 혼합이 돋보인다. 기욤 뮈소는 기막힌 재간을 부리며 우리를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의 세계로 던져놓는다. 누구나 한번쯤 스스로에게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당신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뒤얽힌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마리 끌레르
기욤 뮈소는 서스펜스 자체를 하나의 문학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다.

르 파리지앵
기욤 뮈소는 3년 전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시간의 개념과 인생의 선택에 대한 성찰의 기회 제공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훌륭하게 결합해 그만의 독특한 러브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렉스프레스
이 정감 넘치는 두 남자의 대면은 너무도 매력적이다. 뮈소는 간결한 문체에서 벗어나지 않는 뛰어난 감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추리소설의 효과적인 서술방식을 빌어 인간 감정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기욤 뮈소는 미국 스릴러 대가들의 효율적인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다루고 있다.

갈라
사랑, 우정, 미스터리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마치 매우 뛰어난 영화 시나리오를 보는 느낌을 준다. 이 유쾌하고 이국적인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장래가 촉망되는 기욤 뮈소의 이름을 잘 기억해두라.

RTL
로맨스와 미스터리에 기욤 뮈소 소설만의 독특한 맛을 내는 초현실적 요소를 등장시켜 대단히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기욤 뮈소는 시간의 비밀을 통과해 대담하고도 감각적인 플롯을 이끌어가고 있다. 나는 그의 이번 신작을 손에 잡는 독자의 수가 대단히 많을 것으로 확신한다.

까르푸르 사브와르
가는 친근하면서도 너무나 적절한 어휘 선택으로 독자에게 낯설지 않은 꿈의 세계를 열어준다. 우리는 도저히 이 소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선을 잡아끄는 스토리가 우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인조이
존 그리샴, 할런 코벤, 로빈 쿡의 작품처럼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지 않고서는 도저히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 뛰어난 예술이다.

노르 에끌레르
유려한 글쓰기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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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노인이 의사에게 물었다.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있습니까?”
의사는 질문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되물었다.
“무슨 뜻이죠?”
“반드시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극심한 피로감 탓인 듯 갑자기 감상에 젖은 의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꼭 한 번 만나고 싶은 여인이 있습니다.”
“여인이라면?”
“내게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단 하나의 여인이죠.”
그 순간 문명세계와는 동떨어진 곳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두 사람 사이로 엄숙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흘렀다.
노인이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 여인은 지금 어디에 있는데요?”
“30년 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노인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한동안 말이 없던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걸어갔다. 선반 대용으로 쓰는 판자 위에 말린 해마, 인삼, 포르말린에 담긴 독사 따위가 어지럽게 늘어서 있었다.
한참 동안 선반을 뒤지던 노인이 자그마한 병 하나를 찾아내 손에 들었다. 노인이 의사에게 다가와 병을 건넸다. 병에는 황금색 알약 열 개가 들어있었다.
-13p~14p

엘리엇은 당혹감을 금치 못하며 노신사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그야말로 놀라울 만큼 아버지와 흡사한 얼굴이었다. 전체적인 얼굴 형태뿐만 아니라 집안 내력인 보조개까지 파여 있었다.
‘아버지일까? 아니야, 정신 차려.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어. 병원에서 시신을 입관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잖아.’
엘리엇이 가까이 다가서자 노신사가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 역시 엘리엇만큼이나 크게 혼란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엘리엇?”
‘아니, 이 노신사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을까? 게다가 이 목소리는?’
아버지와 다정하게 지낸 적이 없다고 한다면 대단히 완곡한 표현이었다. 엘리엇은 아버지에게 자주 맞고 살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좀 더 이해해 보려고 애쓰지 않은 걸 후회했다.
엘리엇은 아연실색했고, 감정이 북받치며 목이 메어왔다.
“아버지?”
“난 자네 아버지가 아니야.”
당연한 답변을 듣고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럼, 당신은 누구시죠?”
노신사가 엘리엇의 어깨에 손을 얹어놓았다. 그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엘리엇, 나는 바로 자네야.”
엘리엇은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화석처럼 몸이 굳었다.
“나는 틀림없이 자네야. 30년 후의 모습.”
-22p~23p

일리나는 수의사라는 직업에 만족했다. 그녀는 오션월드에 상주하는 수의사였고, 동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었다. 수족관 관리, 식사 준비와 감독, 조련사 훈련에도 관여했다. 오션월드에서 그녀처럼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녀의 나이와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빠른 승진은 전심전력을 다한 결과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바다에 매료되었고, 그중에서도 고래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일리나는 대학에서 해양생물학을 전공하며 동물심리와 관련해 심도 있는 교육을 받았고, 수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녀의 전공 분야는 사실 취업 기회가 매우 적은 편이었고, 전망도 어두웠다. 돌고래나 범고래와 같이 일할 기회를 잡는다는 건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일리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그녀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1971년에 월트디즈니사에서 올랜도에 디즈니월드를 건설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디즈니월드가 생기면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 덕분에 작은 시골마을에 불과했던 올랜도는 일약 플로리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변모했다. 월트디즈니사는 뒤이어 마이애미에 미국 최대의 동물원인 오션월드를 건립했다.
-55p~56p

“슈퍼 글루의 연기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지문 위에 침착하게 되면 일종의 보호막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통해 지문이 드러나게 하는 한편 보존하는 작용을 하게 되는 거야. 방금 내가 설명한 일련의 과정이 중합반응을 통해 이루어지는 거야.”
매트와 더글러스 형사는 의아한 눈길로 맬든 형사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몇 년 후 지문 채취 작업을 혁명적으로 개선시킬 선구적인 실험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엘리엇은 결과가 궁금해 종이상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맬든 형사가 시간이 충분히 지났다는 판단 아래 종이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라이터의 세 군데에 딱딱한 침전물이 하얗게 새겨져 있었다. 틀림없는 지문의 흔적이었다.
맬든 형사가 몸을 숙여 지문을 살피며 말했다.
“라이터의 한쪽 면에 선명하게 찍힌 지문은 엄지이고, 다른 쪽 지문은 검지와 중지의 끝부분으로 보여.”
맬든 형사는 손수건으로 조심스럽게 증거품을 싼 뒤 트렌치코트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맬든 형사가 엘리엇에게 말했다.
“이제 이 지문을 경찰 데이터에 있는 지문들과 대조하면 되지?”
엘리엇이 요구사항을 말했다.
“이 지문을 저의 지문과 대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다음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 테이블에 잉크를 조금 쏟아놓고 손가락마다 잉크를 축축하게 묻힌 다음 수첩의 깨끗한 페이지를 찾아 지문을 찍었다.
-100p~101p

미래의 남자가 어떤 방법을 통해 오는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는 공상과학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지만 대학에 다닐 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여행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빛의 속도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만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그 기이한 방문객이 마치 슈퍼맨처럼 초당 3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날아온다는 가정은 도무지 성립되기 힘들었다.
시간 여행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해답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블랙홀 쪽에서?’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블랙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블랙홀에는 공간과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중력장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론적으로는 사람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경우 다른 시간에 다시 나타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한 가설은 아니었다. 만약 사람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경우 중력장 지대를 통과하는 동안 몸이 갈가리 찢기고 산산조각으로 부서질 테니까. 사람의 몸이 블랙홀에서 견딜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115p

시간여행자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주머니에서 말보로를 꺼냈다.
엘리엇이 지포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며 물었다.
“원하신다면 라이터를 다시 가져가세요.”
“그냥 넣어둬. 어차피 자네 라이터가 될 테니까.”
카페의 뮤지션들이 비틀스의 〈예스터데이(Yesterday)〉를 부르고 있었다.
“미래에는 주로 어떤 음악을 듣죠?”
“다양한 음악이 유행하고 있지만 비틀스보다 낫다고 장담 못 해.”
“비틀스는 재결합했습니까?”
“결국 재결합하지 못했어. 이제는 재결합 가능성이 단 1퍼센트도 안 돼. 존 레넌은 암살당했고, 조지 해리슨은 죽었으니까.”
“폴 매카트니는?”
“그는 아직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공연이 시작되면서 실내가 조용해졌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고래 수족관을 향해 몸을 돌렸다. 수의사들이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노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저 여자가 일리나인가?”
“예, 일리나.”
“난 여기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해. 이제 몇 분만 더 지나면 다시 돌아가야 하니까. 이제부터 일리나만 바라보고 있기에도 시간이 부족해.”
엘리엇은 시간여행자가 카페 밖으로 나가 관람석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169p~170p

엘리엇은 마지못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시간여행자가 재킷 안주머니를 뒤져 사진을 한 장 꺼냈다. 그가 엘리엇에게 사진을 건넸다.
엘리엇은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누군지 짐작할 거야. 그 아이의 이름은 앤지이고, 현재 스무 살이야. 내게는 목숨보다 소중한 딸이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지.”
“아이 엄마가 일리나인가요?”
“이 아이 엄마는 일리나가 아니야.”
“그럼 누구죠?”
“일리나가 목숨을 잃은 지 10년이나 지났을 때 앤지가 태어났어.”
“제가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죠?”
“내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아.”
엘리엇은 어젯밤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제가 일리나를 죽게 했다고 말한 이유가 뭐죠?”
시간여행자가 신중하게 어휘를 선택하려는 듯 잠시 머뭇거렸다.
“자네는 일리나를 제대로 사랑해 주지 못했어.”
엘리엇이 화를 벌컥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저는 지금 일리나를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자네는 인생이 한참이나 남은 것처럼 일리나를 대했어. 사랑은 그런 식으로 느긋하게 하는 게 아니야.”
-196p

저자소개

기욤 뮈소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74

1974년 프랑스 앙티브에서 태어났다. 학구적인 분위기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났다. 니스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몽펠리에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한 후 고등학교 교사로 지내며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5월 프랑스 문단의 호평 속에 첫 소설『스키다마린크(Skidamarink)』을 출간했으며, 2003년 두 번째 소설 『완전한 죽음(Et Apres…)』를 출간하며 프랑스 문단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세 번째 소설 『구해줘(Sauve-moi)』는 프랑스 아마존 85주 연속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며 그를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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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연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파리 제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 번역 과정과 오타와 통번역대학원(STI) 번역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 『죽음』, 『고양이』, 『잠』, 『파피용』, 『제3인류』(공역), 『만화 타나토노트』, 엠마뉘엘 카레르의 『리모노프』, 『나 아닌 다른 삶』, 『콧수염』, 『겨울 아이』, 카롤 마르티네즈의 『꿰맨 심장』, 아멜리 노통브의 『두려움과 떨림』, 『배고픔의 자서전』,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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