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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나다 : 정보라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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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정보라
  • 출판사 : 아작
  • 발행 : 2021년 08월 19일
  • 쪽수 : 356
  • ISBN : 9791166686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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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1년 《저주토끼》 영국판 출간과 함께 독일, 노르웨이, 터키, 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적 관심과 주목을 받기 시작한 정보라 작가 4년 만의 소설집!
투쟁하는 소설가 정보라 작가가 그려내는 생존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들.
“하나만 있으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 하나를 위해서, 우리는 기다린다.”

“깨어나봤더니 병원이었고 내 지팡이는 두 개 다 없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모든 차별이 금지되었으며 많은 소수자들의 삶이 조금 나아진 가까운 미래 어느 날, 산전수전 다 겪은 120세 주인공 여성이 ‘그녀’의 팬클럽 미팅에 갔다가 혐오세력이 일으킨 폭탄 테러에 휩쓸려 큰 부상을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지팡이를 잃어버리고 말귀 못 알아듣는 간병로봇 때문에 힘들어 하면서도, 주인공은 영상에 달린 4억 개의 댓글 중에 테러범의 단서를 찾아내 결국 테러범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리고 긴 기다림 끝에 3년 만에 다시 열린 ‘그녀’의 팬클럽 미팅 현장, 주인공이 만나게 된 ‘그녀’는 보안정책을 위해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낸 가상의 모습. 개개인이 상상하는 대로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그녀’를 만나고, 그때 행사장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 비명을 지르는데….

정보라 소설집 《그녀를 만나다》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두 번이나 오체투지를 하기도 했던 정보라 작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기원하며 쓴 표제작 단편 〈그녀를 만나다〉를 비롯, SF 어워드 수상작 〈씨앗〉, 충격적인 반전의 좀비 재난물 〈여행의 끝〉 등 작가의 SF 세계를 잘 보여줄 여덟 편의 작품을 골라 엮은 중단편집이다. 특히, 2021년 여름 영국에서 출간된 작가의 직전 소설집 《저주토끼》의 영문판 출간 이후, 독일과 노르웨이, 터키, 아르헨티나,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정보라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작가가 4년 만에 발표한 네 번째 소설집 《그녀를 만나다》 역시 출간 이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녀’를 만날 시간, 《그녀를 만나다》.

“저는 군인이고, 엄마이고, 아내이고, 음악가입니다.
우리는 당연히 이 모든 것 가질 수 있어야 했고, 이제는 다 가질 수 있습니다.”
- 〈그녀를 만나다〉 중에서

출판사 서평

비록 우리의 싸움이 매번 승리로 끝나지는 않을지라도

정보라 작가의 인사말은 “투쟁”이다. 행사장에서 오랜만에 만났을 때도, 채팅창에서 작별인사를 할 때도 투쟁으로 시작해 투쟁으로 끝맺는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싸움은 집회 현장과 지면 그리고 삶 속에서 항상 현재진행형이었다. 적어도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러하다.
그런 그의 새로운 단편집이 나왔다. 제목은 《그녀를 만나다》이다. 이번 책에서도 그 특유의, 투쟁의 에너지는 여전히 넘쳐흐른다. 다만 그 싸움의 방식이 예전보다 더 정제되고 노련해졌을 뿐. 눈앞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는 식이 아니라, 투쟁에 앞서 동지를 찾고 결의를 맺으며 전선을 구축한 뒤 집요하게 승리를 추구하는 식이라고나 할까? 비록 그 싸움이 매번 승리로 끝나지는 않을지라도, 싸움에 임하는 전략은 크게 바뀐 셈이다.
새삼스럽지만 나는 그의 예전 단편집, 《저주토끼》를 좋아한다. 그 책의 저자후기에서, 정보라 작가는 자신의 단편집에 대해 “출판사에서는 불의가 만연한 지금 같은 시대에 부당한 일을 당한 약한 사람(들)을 위해 복수하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서 이 단편집을 내기로 했다”지만, 작가 자신은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저주토끼》에는 세상의 불의에 분노한 나머지 결연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홀로라도 의로운 일을 행하고자 하는 협객의 풍모가 담겼다고 할 수 있겠다. 울분을 참지 못한 나머지 자신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든 일절 상관하지 않고 일단 처 들어가서 다 때려 부수고 보는 그런 패기라고나 할까.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이지만,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누군가에게는 그보다 더 큰 위로도 없을 것이다. 나는 항상 그 위로가 고마웠다.
반면 이 책, 《그녀를 만나다》에서 정보라 작가는 《저주토끼》를 썼을 때와는 달리 연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 연대는 무기력한 관성으로 유지되거나 볼썽사나운 실패로 마무리되기도 하며 가슴 아픈 이별로 끝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연대는 연대다. 서로 동떨어진 누군가가 상대방의 존재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 것을 넘어, 직간접적으로 얽히고설키며 함께 전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록작 중 이런 경향성이 크게 나타나는 작품으로는 〈영생불사연구소〉와 〈아주 보통의 결혼〉 그리고 〈씨앗〉을 꼽을 수 있겠다.
〈영생불사연구소〉는 불로장생과 영생불사의 차이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치는 연구소에서 펼쳐지는 일상담이다. 허례허식으로 가득 찼지만 (아주 약간이지만) 좋은 의미로든, (대부분의 경우처럼) 나쁜 의미로든 가족과도 같은 단체이지만, 그 안의 관계에서 누군가는 위안을 찾고 누군가는 슬픔을 느낀다.
〈아주 보통의 결혼〉은 아내가 자신 몰래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남편이 진상을 쫓으며 시작되는 스릴러다. 그 추적의 과정 끝에 주인공이 발견하게 되는 진실은 너무나도 가혹한 것이나, 이는 또 담담하게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로 연결되기도 한다.
〈씨앗〉은 다국적 생명공학기업 모셴닉의 정장 인형들이 나무와 공생하는 인간들과 이권 문제로 충돌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동화 같기도 하고, 선언문 같기도 한 이 작품은 일시적인 패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져나갈 투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이 단편집에 수록된 다른 많은 작품들은 크고 작으나마 연대의 이야기를, 관계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저주토끼》가 의로운 지사의 불꽃처럼 살다가 끝나버린 짧은 일생과도 같은 이미지였다면 《그녀를 만나다》는 숱한 패배와 후퇴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승리를 향해 이를 갈고 있는, 단련되고 영민한 활동가의 술회와 같은 이미지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처연함은 의연함이 되었고 위안은 결의로 바뀌었다. 《저주토끼》가 미로에 갇힌 한 개인의 저돌적인 포효였다면, 《그녀를 만나다》는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나지막이 읊조리는 투쟁가다.
그렇다고 정보라 작가의 변화가 전형적인 프로파간다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투쟁 현장에서 극적인 장면만 편집해서 승리와 패배의 서사시를 그려내는 방식은 정보라 작가의 작업과는 궤가 다르다. 그보다는 싸움이 일상화된 활동가들의 하루하루를 때로는 담담히, 때로는 격렬하게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앞서 정리한 내용을 반복해 말하자면, 이 과정에는 지루함도, 쓰라린 패배도, 내일을 기약하는 투지도 다 담겨있다. 투쟁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마지막으로 당부하건대, 위의 서술로 인해 정보라 작가 특유의 그 에너지가 위축되었다고 여기지는 말아주시길 부탁드린다. 투쟁의 방법론이 바뀌었을 뿐, 정보라 작가는 한결같이 위를 바라본 채 아래를 포용하며 앞을 향해 전진하는 추진력을 간직하고 있다. 아니, 그 힘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강력하고 더 능수능란해진 것이 아닌가 놀랄 정도다. 《그녀를 만나다》는 아주 새로운 정보라를 보여주면서 그 안에 언제나 항상 그래왔던 정보라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이 신기하면서도 고맙고 또 반가울 따름이다.

- 홍지운, 소설가

작가의 말

생존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들

2020년은 혼란스러운 해였다. 누구에게나 그랬을 것이다. 나는 2020년에 오체투지를 열심히 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서 두 번 오체투지를 했고,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제정하기 위해서 온종일 오체투지를 했다.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았고 사람이 죽었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엉망이 되었고 또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죽는 걸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그래도 오체투지를 할 때는 그런대로 즐거웠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차별금지법 제정 오체투지는 국회 주변을 오체투지로 한 바퀴 돌았다. 나는 차별금지법 제정될 때까지 근성으로 계속 돌아야 되는 줄 알고 긴장하고 갔는데, 그건 아니고 한 바퀴만 돈다고 하셔서 약간 실망했지만 차별금지법 제정될 때까지 오체투지를 해야 했다면 나는 이 책의 교정고도 못 보고 작가의 말도 못 쓰고 지금도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여간 차별금지법 제정 오체투지는 두 번 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 주최하셨는데 스님들은 엎드렸다가 일어나시는 속도가 정말 빨랐다. 소림사 스님들이 왜 어째서 어떻게 해서 날아다니는지 온몸으로 이해할 것 같았다. 맨 뒤에서 오체투지를 하시던 분이 속도 너무 빠르다고 좀 천천히 가달라고 하소연하셔서 속도가 좀 줄기는 했다. 그리고 앞에서 목탁으로 신호하시던 스님께서 내내 목탁을 기운차게 두드리다가 중간에 목탁 채를 부러뜨리셨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오체투지는 길고 힘들었다. 산업재해 피해자 김용균 님 어머님이자 김용균재단 이사장이신 김미숙 선생님과 이한빛 PD님 아버님께서 국회 본청 앞에서 한겨울에 단식을 하고 계셨고 오체투지는 4박 5일간 이어졌다. 김용균 님은 2018년 12월 24세의 젊은 나이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이한빛 PD님은 방송현장 과로와 비정규직 스태프 해고문제 등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괴로워하다 2017년 4월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내 자식처럼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단식투쟁에 나섰다. 항상 부모님들이 자식을 애도할 새도 없이 투쟁에 나선다. 자식 잃은 부모님들 단식하는 모습 좀 진짜 그만 봤으면 좋겠다. 하여간 그래서 나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오체투지 4박 5일 중에서 고작 하루 나갔는데 어째서인지 출발지점에 나가봤더니 나만 여자고 나머지 분들 다 남자분들이셔서 왠지 쓸데없는 오기가 나서 사회자님이 힘들면 오전에만 하고 가셔도 된다고 귀띔해주셨지만 아침에 구의역 앞에서 출발해서 저녁에 전태일 다리까지 일정을 다 버텼다. 점심시간 빼고 7시간 동안 이어진 장렬한 팔굽혀펴기였다(오체투지는 사실 의례화된 팔굽혀펴기다). 12월이라서 땅바닥은 차가웠고 나는 계속 엎드렸다 일어났다 해서 덥고 땀이 났고 쉬는 시간에는 추웠고 마스크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안에 물방울이 맺혀서 엎드려 있으면 코와 입으로 응결된 내 땀방울이 흘러들어왔다. 그렇게 가던 중에 어쩌다 보니까 왕복 4차선 차로로 이어지는 주차장 출구 앞에 엎드려 있었는데 주차장에서 차가 나오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차주와 경찰과 오체투지 응원단(?)이 모두 몰려들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는데 하필 주차장에서 나오겠다고 슬금슬금 전진하는 그 차 앞에 내가 엎드려 있었다. 주최 측인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행동’ 분들하고 경찰관들하고 다들 달려와서 차 앞을 몸으로 막아주셨는데 그 사실은 나중에야 깨닫고 마음으로 깊이 감사했으나 그때는 정말 너무 무서웠는데 그렇다고 오체투지의 대의와 데모꾼의 체면을 버리고 일어나서 도망갈 수도 없고 해서 아스팔트에 고개를 처박고 죽은 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았고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갈수록 엉망이 됐고 변희수 하사님이 돌아가셨고 평택항에서 산업재해로 스물세 살 이선호 님이 돌아가셨고 이선호 님 아버님과 누님과 고등학교 동창들이 또 투쟁에 나섰다. 정말이지 너무 엿 같아서 오체투지 또 하고야 말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아작 출판사 편집장님이 연락하셔서 〈영생불사연구소〉와 분위기가 잘 맞을 법한 단편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하셔서 내가 그냥 하나 새로 쓰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사실 이 모든 상황의 와중에 〈영생불사연구소〉 같은 좌충우돌 코미디는 도저히 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던 와중에 나는 류드밀라 페트루?v스카야(Людмила Петрушевская)라는 러시아 여성 작가의 단편선을 읽게 되었다. 페트루?v스카야는 1938년에 모스크바에서 출생하여 소련 시절부터 지금까지 작품활동을 하시는 역전의 용사이며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과 여성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페트루?v스카야의 유명한 작품 중에 잡지사에서 여러 가지 잡다한 글을 쓰는 일을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동시를 읽어주는 공연도 하면서 어떻게든 손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중노년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그 작품을 읽으면서 이런 투지 넘치는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해서 이렇게 수다스럽고 정신없는 문체로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대표님은 〈그녀를 만나다〉를 마음에 들어 해주셨다. 독자님들도 마음에 들어 해주시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괜히 나대서 당사자분들께 민폐를 끼치는 건가 걱정되기도 한다.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버티는 것밖에 안 남은 듯하다. 팬데믹이 물러갈 때까지, 어떻게든 다시 숨통이 트일 때까지, 차별과 폭력과 산업재해와 죽음과 상실을 견디면서 어떻게든, 버티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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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 Gratia Plena〉는 2018년쯤에 읽은 신문기사 때문에 쓴 이야기이다. 프랑스 남부의 한 기차역에서 남성 경찰관이 자신의 아내와 두 아이를 근무용 권총으로 쏘아 살해한 뒤에 자기도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프랑스는 사회적으로 가정폭력에 관대하지 않으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다고 들었다. 해당 경찰관의 아내는 가정폭력에 오래 시달렸으나 남편이 경찰관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어느 나라나 이 지경이다. 아내가 마침내 아이들을 데리고 생존을 위해 탈출하려 했다. 그래서 남편이 총을 들고 뒤쫓아와 전부 죽였다. 그게 개명한 21세기하고도 18년이 더 지난 2018년이었다. 2020년 팬데믹이 세계를 덮쳤고 사람들은 집에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더 많은 여자들이 남편에게 얻어맞고 더 많은 아이들이 부모 손에 죽어간다.
내가 데모를 하고(요즘에는 모여도 한 자리에 머물러서 집회를 하지 못한다. 이동해야 한다. 마스크 쓰고 아홉 명씩 조를 나눠서 행진은 할 수 있다) 오체투지를 하고 온라인 서명을 하고 국회 앞에 드러눕고 청와대 앞에 드러눕는다고 세상이 당장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계속 소리 없이 얻어맞고 누군가는 계속 소리 없이 죽어갈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살아남은 누군가 앞에서 나는 최소한 부끄럽지 않고 싶다. 데모도 했고 행진도 했고 (마스크는 썼지만) 소리도 질렀고 서명도 했고 길거리에서 팔굽혀펴기도 했고 전진하려는 SUV 차량 앞에 엎드려서 버티기도 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내가 떳떳할 것 같다. 그리고 일단은 뭐라도 해야 좀 덜 열 받는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의 정신건강과 나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해서 데모를 하고 있다. 글도 써야 되는데, 주로 데모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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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Karl Mannheim, 1893~1947)은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1929)에서 이데올로기는 사회를 바꾸지 못하는 그냥 논쟁일 뿐이며 유토피아는 세상에 진짜로 변화를 가져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하고 유토피아를 네 가지로 구분했다. 그중에서 공산주의 유토피아는 20세기에 이미 다 망했으니까 넘어가고, 보수주의적 유토피아적 태도는 유토피아가 과거에 이미 이루어졌으니 우리는 유토피아에 살고 있으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으면 과거에 이루어진 예시를 따르면 된다고 주장한다. 천년왕국적 유토피아적 태도는 그리스도교적인 용어라서 좀 어려워 보이지만 내용인즉 당장 유토피아가 이루어져야 하고 안 이뤄지면 혁명! 때려 부순다! 이런 방향성이다(개인적으로 몹시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인본주의적-자유주의적 유토피아적 태도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상사회가 내 눈앞에 나타나진 않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더 좋은 세상이 반드시 올 테니까 꾸준히 그때까지 노력한다는 태도라고 한다. 나는 실제로 이런 태도를 견지하며 언제 이루어질지 모를 더 좋은 세상을 어떻게든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분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근데 세상에는 망할 놈들도 그만큼 많다. 가끔은 정말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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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철학자 미겔 데 우나무노(Miguel de Unamuno y Jugo, 1864~1936)는 역작 《인생의 비극적 의미》(1912)에서 상실이야말로 인간 존재를 특징짓는 가장 커다란 특성이며 그러므로 상실을 겪었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행동은 그 상실된 것을 대체하거나 복구하기 위해 빨리 움직이는 게 아니라 멈추어서 애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사랑하는 러시아의 소설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Андрей Платонов, 1899~1951)도 상실과 트라우마만이 모든 인간의 삶에 공통적인 요소이며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상실에 대한 애도와 트라우마의 경험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이렇게 딱 나서서 말한 건 아닌데 플라토노프 작품을 여럿 읽어보면 대충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상실하면 애도해야 하고, 상실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해서는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상실된 사람들을 누가 기억해줄 것인가. 그리고 행동으로 애도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런 상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물론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 광화문에 농성장이 있고 거기서 세월호 서명을 받던 시절만 해도 나는 304분의 이름을 진짜 절대 평생 못 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단원고 피해자분들이 몇 반이었는지 헛갈린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 이렇게 연약한 것이다. 게다가 매일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서 덮어쓰기를 하고 있다.
그래도 어쨌든 내가 몸과 마음으로 애도했고 애도하며, 더 나은 사회의 도래를 앞당기기 위해서, 나와 당신의 생존을 위해서 거리로 나아가 행동하고 노력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피해자와 그 가족분들 앞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고, 나와 당신은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아주 조금씩이라도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생존하고 기억하고 애도하며.

- 2021년 여름, 정보라

작가 인터뷰

Q. 아직 책과 친하지 않아 작가님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보라입니다. 저는 소설을 쓰고 번역을 하고 데모를 합니다.

Q. 요새 어떻게 지내시나요? 작가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학교 수업을 하고 수업준비를 하고 과제를 채점하고 교정본을 보고 가끔 데모하거나 식량을 구하러 집밖에 나갑니다.

Q. 평소 독서량이 어느 정도 인가요?
학기 중에 수업시간에 읽는 분량에 따라 다릅니다. 이번 학기에는 한 달에 한 권 정도 읽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특별한 독서 습관이 있나요?
책을 읽을 때 주로 전공에 관련된 책을 읽기 때문에 논문의 주제가 될 만한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여서 표시를 합니다. 오래 전부터 습관이 돼서 논문과 상관이 없는 책을 읽을 때도 마음에 드는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포스트잇 투성이가 되는데 약간 뿌듯합니다.

Q. 책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이 있나요?
20세기 러시아 작가들의 책을 주로 읽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책 소개나 작가소개를 보고 고릅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 이유는?
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1899-1951)를 좋아합니다. 삶에서나 작품 속에서나 더 좋은 세계를 지향했고, 유토피아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슬퍼하는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Q. 최근 읽었던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 그 이유는?
러시아 작가 류드밀라 페트루?v스카야 중단편선 《시간은 밤》입니다. 주인공들이 너무 고생을 하기 때문에 인상에 남습니다. 문체도 내용도 모두 강렬합니다.

Q. 만약 다음 생에 단 1권의 책만 읽어야 한다면, 어떤 책을 선택하실까요? 이유도 함께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책을 단 한 권만 읽고는 살 수 없어여…. 플라토노프의 《체벤구르》를 읽겠습니다. 사랑 이야기와 성장소설과 피카레스크/모험소설과 유토피아 문학과 비극이 모두 한 권에 들어 있는 굉장한 작품입니다.

Q. 작가님에게 독서란?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그 이유)
독서란 성장입니다. 모르는 곳에 갈 수 있고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나의 일상 속에서는 절대 알 수 없었을 진실을 배울 수 있습니다.

Q. 〈영생불사연구소〉에서 소장님, 이사님들과 ‘나’ 사이에 로고 수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화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아마 직장생활, 넓게는 사회생활을 오래 해 온 분이라면 크게 공감할 포인트가 아닌가 싶었어요. 실례가 안 된다면, 작가님의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직장에서 실제 있었던 상황입니다. 제가 같은 직장에 계속 다니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곤란합니다만, 약 80% 실제 있었던 일들입니다.

Q. 작가님께서 진행한 다른 인터뷰에서, 마지막 인사로 ‘투쟁’이라는 단어를 쓰신 것을 읽었습니다. 이번 단편집 또한 투쟁에 관한 이야기일까요? 투쟁이라는 단어에 담긴 작가님의 생각 또한 궁금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투쟁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고 한국 사회에서의 삶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한국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네가 알아서 노력해라, 실력을 키워라, 스펙을 쌓아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 능력 없으면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존도 자기계발도 힐링도 모두 셀프로 알아서 하라고 강요합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인간은 사회가 정해놓은 “스펙”이나 “실력”이 있든 없든 누구나 존엄한 존재이며 모두가 자신의 존엄을 위해 투쟁하고 있고 투쟁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기 쉽습니다. 개개인에게 각자도생을 세뇌하는 사회에서 구조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투쟁이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입을 막으려는 세력에 저항하는 것도 투쟁입니다.

Q. 〈아주 보통의 결혼〉에서 아내 선영의 정체성이 독특합니다. 이런 설정을 하신 데에 어떤 배경이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아주 보통의 결혼〉은 호러 SF 영화를 보고 생각해낸 이야기입니다. 영화 제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젊은 부부가 외딴 곳으로 여행을 갔다가 아내가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합니다. 아내는 곧 돌아오는데, 무사히 돌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내가 점점 외계인으로 변해가면서 지구인이었던 기억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영화 소개만 읽고 기대하면서 봤는데 생각 외로 재미가 없어서 나라면 저렇게 무서운 소재를 좀 다른 방향에서 들여다봤을 텐데 하고 궁리하다가 〈아주 보통의 결혼〉을 썼습니다.


Q. 딱 한 문장으로 작가의 말을 쓴다면 무엇이 될까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여.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Q. 이 책에는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순서나 구성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순서와 구성은 아작 편집장께서 선택하셨고 저는 괜찮은 것 같아서 그냥 동의했습니다. (무책임)

Q.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과 SF에 대해 강의하고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이 단편집을 작가님이 아닌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고 가정하고, 이 단편집을 학생들에게 소개한다고 해볼까요. 어떻게 설명하고 싶으신가요?
무서운 이야기니까 읽지 말라고 설명하겠습니다…. 일상의 반대편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고 하면 대략 맞을 것 같습니다.

Q. 아직 우리나라에서 SF 장르를 읽는 독자는 일부 마니아층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로서, 또 독자로서 SF 장르가 갖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이번 단편 중 그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단편도 하나 선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F의 매력은 내가 나라는 인간으로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단 하나의 삶 이외에 다른 존재의 방식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나오지 않고 ‘비인간 지성체’만 등장하는 〈너의 유토피아〉를 선정하고 싶습니다.

Q. 조금 심오한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작가님은 왜 쓰시나요? 짧게 답변해주셔도 좋습니다.
글을 쓰면 행복하기 때문에 씁니다.

Q. 다음 책이 또 기다려집니다. 출간 계획이 있으실까요? 혹은 또 다른 장르의 작업이라도요.
작년에 써둔 초고가 있는데 여러 가지 다른 일들이 많아서 수정을 못 하고 묵혀두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다시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 〈밀리의 서재〉 챗북 인터뷰, 2021.6.1

목차

영생불사연구소_7
그녀를 만나다_49
여행의 끝_89
아주 보통의 결혼_161
Maria, Gratia Plena?_195
너의 유토피아_243
One More Kiss, Dear??_281
씨앗_313

? 작가의 말_345

본문중에서

첫문장 “나, 아무래도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 〈영생불사연구소〉

P. 10 우리 연구소가 뭐 하는 곳이냐 하면 제목에 쓴 그대로 영생불사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곳이다. 한일강제병합 얼마 후인 1912년에 “나라가 망해도 우리만은 영생불사”라는, 일말의 진실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유치찬란해 보이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설립되어 올해 98주년을 맞이한 관계로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르게 되었다.
- 〈영생불사연구소〉

P. 51 세상엔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 사람들은 자기들 관점에서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관점을 고려해서 합산하면 세상의 이상한 사람 숫자는 대략 그만큼 더 불어나게 된다. 그러니까 결론은 똑같다. 세상에는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 〈그녀를 만나다〉

P. 59 내가 기억하는 기계는 사람을 죽였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서 멀쩡한 청년이 죽었고 크레인이 무너져서 밑에 있던 사람을 깔아 죽였고 혼자 운행하던 지하철이 광고판 고치던 사람을 치어 죽였고 배가 가라앉고 독극물을 뿜어내고 치고 떨어뜨리고 밀어내면서 장비는, 기계는, 기계로 가득한 생산설비는, 공장은, 작업장은, 일터는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 〈그녀를 만나다〉

P. 64 나도 절대 잊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떤 것은 잊게 되었다. 내가 잃어버린 동지들의 모습이, 마음에 불로 새겨진 줄 알았던 그 소중한 이름들이 세월 속에 희미하게 바래다가 사라졌다. 절대 잊지 않는 건 그 순간순간의 감정이었다. 기억도 논리도 이성도 인간의 모든 지적 활동이 다 사라져도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 감정이다.
- 〈그녀를 만나다〉

P. 78 인간은 타인이 자신을 볼 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습, 자신이 되돌아보는 자신의 모습에 맞추어 자신을 계속해서 변화시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타인을 바라볼 때 그 시선 안에는 인간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타인이 나를 볼 것이라고 상정하는 시선들이 함께 들어 있는 것입니다. 즉 인간은 타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 〈그녀를 만나다〉

P. 98 그리하여 전 인류가 서로서로 잡아먹는 상황이 실제로 펼쳐졌다. 좀비 영화에서 흔히 보듯이 반쯤 썩은 시체들이 되살아나 알 수 없는 비명 같은 소리로 울부짖으며 떼 지어 걸어 다녔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른다. 겉보기에 멀쩡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예의 바르게 대화하고 아무렇지 않게 웃다가 갑자기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혹은 사람들의 두개골을 부수고 시체를 토막 내 도시락처럼 싸 가지고 다니면서 공원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라도 먹듯이 꺼내 들고 햇볕과 잔디를 감상하면서 평화롭게 뜯어 먹는 광경이 일상이 되었다.
- 〈여행의 끝〉

P. 143 감염된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인간을 먹잇감으로 간주한다는 사실이다. 음식은 내가 먹거나 혹은 언젠가 먹기 위해서 소지하는 대상이지 동료가 아니다. 음식과 합심해서 함께 어떤 상황을 헤쳐 나간다거나 하는 사람은 없다.
- 〈여행의 끝〉

P. 179 아내는 외국인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일까. 어디서 어떻게 만난 사람일까. 내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으나 아내가 전화기에 대고 하는 말은 매우 빠르고 능숙하게 들렸다. 그렇다면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일까. 결혼하기 전부터 이어져 온 관계일까?
- 〈아주 보통의 결혼〉

P. 241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종교를 믿지 않는 나로서는 마지막의 ‘아멘’만은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없었다. 신이 남성이라면, 여성이 느끼는 일상적 위협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Maria, Gratia Plena〉

P. 247 인간들이 이 행성을 버리고 떠난 뒤로 314나 나와 같은 기계만 남았다. 인간들은 발전기를 분해해서 가지고 떠났다. 충전이 필요한 기계들은 하나씩 방전되어 쓰러지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나와 같은 기계들만 살아남았다.
- 〈너의 유토피아〉


P. 308 그녀는 손가락에 닿았던 벽의 감촉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흘린 음료수를 닦을 때 손수건을 통해 전해지던 하얀 바닥의 감촉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함께 들었던 그녀의 음악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나만이 그 모든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내가 계속 작동하는 한, 언제나.
- 〈One More Kiss, Dear〉

P. 310 인간의 유한함과 죽음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 어째서입니까
내가 다시 물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물의 둥지가 대답했다.
- 인간 스스로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One More Kiss, Dear〉

P. 343 하나만 있으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 하나를 위해서, 우리는 기다린다. 지평선 너머에서 더럽고 거대한 기계의 날갯소리 대신 꽃가루가 날아오는 날을. 바람을 타고 우리가 뿌린 씨앗이 춤추며 돌아오는 날을.
- 〈씨앗〉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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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예일대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애나대에서 러시아 문학과 폴란드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붉은 칼》과 소설집 《저주토끼》 등이 있고, 《안드로메다 성운》 등 많은 책을 옮겼다. 2022년 《저주토끼》로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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