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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지도 : 12개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양장]

원제 : A History of the World in 12 M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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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신의 눈으로 세계를 그려보려는 인간의 욕망, 그 끝없는 바벨탑의 역사

『욕망하는 지도: 12개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세계사의 중요한 국면에 등장한 열두 개의 세계지도를 통해 지도의 단면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도 이면의 욕망을 풀어낸 책이다. 르네상스 시대 전공 교수를 엮임하고 있는 역사학자이자, 르네상스 시대 지도 제작에 역점을 두고 지도사 분야를 20년 동안 연구한 저자 제리 브로턴이 그동안 연구한 내용을 이 책에 집대성했다. 기원전 700년 바빌로니아의 점토판 세계지도부터 현대의 구글어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도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과학, 교류, 신앙, 제국, 발견, 경제, 관용, 돈, 국가, 지정학, 평등, 정보 등 12개의 욕망 코드로 지도에 담긴 세계관을 보여준다. 제국 편에서는 1402년 조선이 만든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통해 중국너머의 세계를 보려한 조선의 의지를 볼 수 있고, 돈 편에서는 1662년에 네덜란드에서 만든 상업적 지도책 《대아틀라스》를 통해 부의 축적을 욕망하는 시대상을 알 수 있다. 지정학 편에서는 정치적 욕망이 투영된 지도를, 정보 편에서는 모든 정보를 담고자 하는 지도의 욕망에 주목해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구글어스를 살펴본다.

저자는 지도 자체보다 지도 이면의 욕망을 통해 인류 세계관의 흐름을 살펴보았고, 현대의 구글어스를 비롯한 디지털 지도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거대 기업이 지도와 관련된 엄청난 정보를 독점함에 따른 경고와 함께 지도가 돈벌이와 정치적 수단으로의 전락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었다. 지도가 권력이 되지 않도록 인류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며, 날카롭게 벼린 시각으로 지도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출판사 서평

지도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파헤친 기념비적 역작!
기원전 700년 바빌로니아의 점토판을 비롯해 조선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구글어스의 위성지도까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12개의 세계지도 대탐사


『욕망하는 지도(A History of the World in 12 Maps)』는 영국 퀸메리대학교 교수인 역사학자 제리 브로턴이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지도 12개를 중심으로 지도에 숨겨진 당대 제작자와 사용자의 욕망을 파헤치며 인류의 세계관을 풀어낸 진귀한 역사서다. 역사의 맥락에서 지도를 다룬 기존 책들은 지도 자체의 역사성에 초점을 맞춰 서술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 교류, 신앙, 제국, 발견, 경계, 관용, 돈, 국가, 지정학, 평등, 정보 등 12개의 욕망 코드를 통해 각각의 지도가 제작 당시의 사회적 욕망이 반영된 시대의 거울임을 명확히 보여 준다. “지도는 항상 그것이 나타내려는 실체를 조종한다”는 저자의 논지가 관통하는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지도 시대에 접어든 우리의 머지않은 내일을 통찰하게 될 것이다.
제리 브로턴은 지도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무려 20년 동안 지도에 대해 연구하고 집필한 성과를 이 책에 집대성했다. 영국 최고의 논픽션에 주어지는 새뮤얼존슨상, 최고의 역사책에 수여하는 헤셀틸트먼상의 최종후보에까지 오를 만큼 대단한 필력을 자랑하는 저자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점토판 지도를 비롯해 중세 유럽의 세계지도는 물론 조선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구글어스의 위성지도에 이르기까지 ‘지도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듯한’ 현장감 넘치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독자들이 지도의 세계사, 동서양의 역사로 시간 여행을 즐기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지도에 관해 전례 없는 본격 이해와 종합적인 지식을 얻게 해준다.
모든 지도는 정치적이다. 그렇기에 지도의 이면을 읽는 저자의 통찰은 우리의 미래에 무거운 경고를 던진다. 디지털화된 지도에서 소화하지 못할 만큼의 정보가 흘러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지도에 새겨진 함의를 적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정확하고 객관적인 지도란 지금까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지도를 이용하는 우리는 날카롭게 벼린 시각으로 지도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제언이다.

* * * * *
디지털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진짜’ 세계는 가상현실로 대체될 것이고, 이로써 ‘나는 누구인지’의 정체성은 물론 ‘나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삶의 방향 정립에 커다란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이 같은 문명사적 위기에서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가상현실을 통해 지도 제작자의 모든 주관적 요소가 배제된, 완벽한 지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디지털 지구’를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의 지도’에 대해 성찰하는 사유 능력이다. 지도의 역사를 12개의 코드로 풀어내는 이 책이 바로 그런 ‘지도의 지도’에 대해 성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교과서다. -김기봉(경기대 사학과 교수)
* * * * *

과학, 교류, 신앙, 제국, 발견, 경계, 관용, 돈, 국가, 지정학, 평등, 정보 등
12개의 욕망 코드로 지도에 담긴 세계관을 읽는 진귀한 역사서!


이 책은 12개의 욕망 코드로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에 등장한 지도 12개를 살핀다. 1장 「과학」에서는 인류가 보다 정확한 지도를 꿈꾸며 수학, 물리학, 천문학 등 최신 과학을 도입한 이력을 보여 준다. 고대부터의 그러한 시도는 서기 150년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프톨레마이오스가 《지리학》을 펴내며 정점을 이룬다. 프톨레마이오스의 과학적 원리는 이후 르네상스를 지나 우주비행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세대에 걸쳐 많은 지리학자를 자극했다.
2장 「교류」에서는 12세기 알이드리시의 지도를 통해 교류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모든 세계를 직접 눈과 발로 확인할 수 없던 시대에 다른 문화권의 정보와 시각을 받아들이는 일은 지도 제작에 중요한 과정이었다. 기독교인과 무슬림뿐 아니라 그리스인과 유대인까지 각 문화권의 교류가 낳은 알이드리시의 지도를 통해 당대 지리학적 지식이 어떻게 교류되었는지 통찰한다.
3장 「신앙」에서는 13세기 영국의 <헤리퍼드 마파문디>를 통해 시대를 지배했던 종교적 믿음이 어떻게 지도에 그려졌는가를 살핀다. 중세의 신앙은 지도가 기독교 심장부에 이르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여겼다. <헤리퍼드 마파문디>는 지리학적 사실보다는 성경에 모순되지 않는 현실 세계를 보여 주기 위한 지도이며, 이러한 지도를 통해 당시 지리학은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을 시각화하고 기독교의 절대성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는 도구로 쓰였다.
4장 「제국」에서는 1402년 조선이 만든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통해 중국 너머의 세계를 보려 했던 조선의 결연한 의지를 살펴본다. 당시 신생국이던 조선은 동아시아의 권력관계 안에서 당대 세계 최강의 고대 제국인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되 세계를 바라보는 독자적인 시각을 갖추고자 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그러한 조선의 의지가 담긴, 세계 최강 제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한 의지의 표출이었다.
5장 「발견」은 1507년 독일의 마르틴 발트제뮐러가 만든 <우주형상도>를 통해 탐험과 발견, 새로운 정보 반영의 욕망을 추적한다. <우주형상도>는 ‘아메리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미국의 출생증명서’라고도 여겨지는 지도다. 탐험가들이 발견한 새로운 땅인 아메리카는 성경이나 기존 문헌에 등장하지 않는, 당시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러한 가치관의 충돌 과정에서 아메리카라는 이름은 지도에 수록되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6장 「경계」에서는 카스티야의 선박 조종사 디오구 히베이루가 1529년에 만든 지도를 통해 제국주의가 가져온 경계 설정의 욕망을 다룬다. 당시 세계를 주름잡던 카스티야와 포르투갈은 향료 무역권을 확보하기 위해 충돌하다가 지도 위에 선을 그어 경계선을 설정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경계 설정은 실제 사람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으나 세계 전체를 바라보며 경계를 짓고자 하는 권력자들의 욕망에 불을 붙였고, 이후 지구 전역에서 이루어진 유럽 식민 정책의 도화선이 되었다.
7장 「관용」은 16세기의 지리학자 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의 지도를 통해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틀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투영법을 탄생하게 한 관용의 세계관을 조명한다. 기독교 교리가 지배하던 당대의 유럽에서 과학을 바탕으로 지도를 그리고자 한 이들은 끊임없이 마찰을 빚기 일쑤였다. 이단으로 지목되어 고초를 겪었던 메르카토르는 후원자인 빌헬름 공작이 종교 탄압의 거센 폭풍을 차단해 주자 부담을 덜고 지도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널리 쓰이는 이 투영법은 종교 탄압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한 메르카토르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관용의 공간을 제공한 후원자가 만들어 낸 산물인 것이다.
8장 「돈」에서는 네덜란드에서 1662년 출간된 상업적 지도책인 요안 블라외의 《대아틀라스》를 통해 부의 축적을 욕망하는 시대상이 그려진다. 지도의 수요층이 민간 회사와 상인, 부유층으로 확대되면서 지도는 특정한 상업적 목적에 따라 생산되고 거래되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즉 영토 획득과 세계 인식이라는 목적 대신 부의 축적을 위해 지도가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전의 지도 제작자들이 고려한 과학적 원리보다는 시장성을 고려한 다양한 자료들이 지도에 반영되게 된다.
9장 「국가」에서는 카시니 가문이 국가 전체를 직접 측량해 만든 최초의 국가 지도인 18세기 프랑스의 지도를 통해 지도가 만든 국가주의의 모습을 살핀다. 이전까지 사람들에게 ‘국가’란 머릿속에 자리한 개념일 뿐이었지만 카시니 가문의 지도는 국가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할 국가란 이러한 것이라는 실체를 인식하게 했다. 국가는 이러한 지도를 이용해 국민들에게 국가주의 사상을 주입하려 했고, 지도는 그런 목적에 부합하는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10장 「지정학」은 지도에 정치적 욕망을 투영하기 시작한 20세기 초의 움직임을 다룬다. 지도의 배치를 통해 세계의 중심을 파악하고자 한 영국의 해퍼드 매킨더는 역사와 힘을 서쪽으로 치우치게 묘사하는 영미의 세계관 대신 러시아와 그 위의 거대한 땅덩어리를 세계의 심장부라 주장했다. 그리고 나치가 “세계 전쟁에 이바지하는 지리학”으로 이 시각을 채택하면서 매킨더의 이론은 히틀러의 국가주의적 탐욕을 부채질하는 계기가 되었다.
11장 「평등」에서는 지도가 과연 세계를 평등하게 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적 욕망을 다룬다. 이러한 논쟁은 독일의 역사학자 아르노 페터스가 1973년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를 거대하게 묘사한 지도를 발표하며 촉발된다. 이러한 시도는 부유한 북쪽 국가의 중요성을 축소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이고, 투영법의 한계를 세상에 알렸다는 점에서 전문적이었지만 페터스의 지도 역시 또 다른 왜곡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논쟁이 계속되었다.
마지막 장인 12장 「정보」에서는 모든 정보를 담고자 하는 지도의 욕망에 주목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지도인 구글어스의 발전을 짚어 보며 제리 브로턴은 인류의 미래가 정보를 독차지한 일개 기업의 지도에 좌우될 수도 있다는 묵직한 경고를 던진다.

방대한 시공간 통찰! 지루할 틈 없는 해박한 지식 전람!
“인류가 세계에 대해 축적한 거의 모든 지식을 담고 있는 책” _김기봉(경기대 사학과 교수)


세계는 늘 변하고 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욕망하는 지도』는 기원전 700년 바빌로니아의 점토판 세계지도부터 디지털 지도가 초래할 미래의 세계까지 시간을 넘나들며 그 변화를 통찰한다. 그리고 유럽과 아메리카, 이슬람 문화권과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독자를 지도가 탄생한 맥락 속에 위치시켜 추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제리 브로턴은 피타고라스의 이론과 중력이론, 동양의 개천설과 혼천설 등 각종 이론을 쉽게 풀어 지도 제작 원리를 설명하고 데카르트와 뉴턴, 이성계와 권근 등 역사 속 인물들이 지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수많은 사료를 종횡무진으로 엮어 광대한 지식의 바다를 펼쳐낸다. 그 내용과 짜임새는 역사학자 김기봉 교수가 “인류가 세계에 대해 축적한 거의 모든 지식을 담았다”는 평을 남길 정도로 돋보인다. 또한 각 지도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통해 옛 물건의 아우라를 드러내며 독자를 황홀케 한다.
『욕망하는 지도』에서는 저자가 주인공으로 삼은 12개의 지도 외에도 쉽게 접하기 힘든 동서양의 고지도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본문 중에 해당 지도를 싣고, 중간에 삽입된 컬러 화보를 통해 생생한 지도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편집하여 독자들이 지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지도가 권력이 되는 시대, 인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디지털 지도가 가져올 인류의 미래상을 조명한 역작!


이제 인류는 가상공간에 지도를 만드는 시대에 이르렀고, 그 어느 때보다도 지도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의 70퍼센트를 장악한 구글은, 지구 어디에서든 위치를 알려 주는 인터넷 지도 덕에 우리가 길을 잃는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디지털 지도가 초래할 인류의 미래가 도리어 암울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거대 기업이 지도와 그에 관련한 엄청난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도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정치적 의도로 조종되며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기술 문명의 진보가 이 같은 디스토피아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를 통해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저자의 말대로 “지도 없이는 절대 세계를 이해할 수 없고, 하나의 지도로 세계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도 없다.” 단순히 지도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 지도 이면의 욕망을 풀어냄으로써 인류 세계관의 흐름을 한눈에 통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간은 의의가 깊다. 독자들은 『욕망하는 지도』를 통해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갈 나름의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카시니 지도는 단지 전국적 측량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 지도는 개인에게 국가 또는 국민의 일부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사람들이 카시니 지도에서 ‘프랑스’라 불리는 곳을 보며 스스로를 그 안에 사는 ‘프랑스’ 시민으로 여겼다는 것은 국민국가로만 정의되다시피 하는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지극히 당연해 보이지만, 18세기 말에는 그렇지 않았다. 국가주의라는 그럴듯한 말과는 달리, 국가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국가는 역사의 어느 순간에 절박한 정치사상에서 생겨나는 발명품이다. 18세기에 국가주의 시대가 밝아올 때와 카시니가 측량을 하던 시기가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또 1790년대에 ‘국가주의 또는 민족주의(nationalism)’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고 카시니 지도가 프랑스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국유화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본문 473쪽)

페터스 도법을 적용한 사례들을 보면 제작자가 지도를 포괄적이라느니, 객관적이라느니 아무리 주장해도 프톨레마이오스 이래로 개인이나 단체는 세계지도를 이용해 자신의 상징적,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는 사실이 선명히 드러난다. 포괄적이라거나 객관적이라는 주장은 쉽게 전용되고 사용자의 이념적 의제를 심화하는 데 이용될 뿐 그 자체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근대 지도 제작자들은 구체를 납작한 지도에 광범위하게 투영하기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이해했겠지만, 그러한 지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계지도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본문 564쪽)

구글노믹스의 중심에 구글의 지리 공간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기업이 애드워즈로 광고 대상을 효과적으로 겨냥할 때, 구글어스와 구글맵스는 실제 공간과 가상공간에서 상품의 위치를 알려 준다. 마이클 존스는 최근 강의에서 “지도의 새로운 의미”를 거창하게 선포하며, 지리 공간 애플리케이션이 결정적인 용도를 찾았다고 했다. 존스는 인터넷 지도를 “사업장”으로, 즉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거래하는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본문 602~603쪽)

지도는 세계를 단순히 반영하기보다 세계에 관해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은 특정한 문화를 지배하는 추측과 그 문화가 몰두하는 생각에서 나온다. 지도와 이런 추측 또는 생각은 늘 상호 보완적이지만, 그 둘의 관계가 꼭 고정되거나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헤리퍼드 마파문디〉는 기독교가 이해하는 창조와 예상되는 세계의 종말을 제시한다. 〈강리도〉는 제국의 세력이 중심에 놓인 세계를 보여주는데, 그 세계에서는 풍수에서 말하는 ‘형세’에 관한 믿음이 세속적 존재의 핵심이다. 두 지도 모두 그것이 탄생한 문화와 논리적으로 일맥상통하지만, 그 문화의 믿음 체계에 근거한 추정을 바탕으로 세계 전체의 모습을 포괄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런 상호 보완적 관계는 이 책에서 다룬 열두 개 지도의 공통된 특징이다. 각 지도는 세계를 보여 줄 뿐 아니라 세계의 일부이기도 하다. (본문 614~615쪽)

미래의 지도 역시 불가피하게 특정한 강령을 추구하고, 다른 대안은 버린 채 특정한 지리적 해석을 고집하고, 결국에는 지구를 어느 한 가지 방식으로 정의할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세계를 ‘실제 모습대로’ 보여 주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확한 세계지도 따위는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도 없이는 절대 세계를 이해할 수 없고, 하나의 지도로 세계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도 없다. (본문 624쪽)

목차

*이 책에 쏟아진 찬사 / 해제

프롤로그
1 과학_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 서기 150년경
2 교류_ 알이드리시, 서기 1154년
3 신앙_ <헤리퍼드 마파문디>, 1300년경
4 제국_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1402년
5 발견_ 마르틴 발트제뮐러의 세계지도, 1507년
6 경계_ 디오구 히베이루의 세계지도, 1529년
7 관용_ 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의 세계지도, 1569년
8 돈_ 요안 블라외의 《대아틀라스》, 1662년
9 국가_ 카시니 가문의 프랑스 지도, 1793년
10 지정학_ 해퍼드 매킨더의 <역사의 지리적 중추>, 1904년
11 평등_ 페터스 도법, 1973년
12 정보_ 구글어스, 2012년
에필로그

*주 / 그림 목록 / 감사의 말 /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인류는 약 2,000년 가까이 돌, 가죽, 종이에 지도를 만들다가 15세기에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세계와 지도가 점점 디지털 가상공간으로 들어가면서 그런 지도는 곧 사라지게 생겼다. 어쩌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의 출현으로 전례 없던 지도의 민주화가 이루어져 수많은 사람이 쉽게 지도를 보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국적기업의 장삿속이 앞서, 인터넷 지도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정치 검열에 노출되며 사생활을 무시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지도가 가져올 결과를 이해하고 가상의 인터넷 세계지도가 왜 오늘날과 같은 형태가 되었는지 알려면, 기지 세계와 그 너머 세계를 최초로 지도에 담으려 했던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긴 안목이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주장 중 하나다. (본문 42쪽)

주택의 박공벽처럼 생긴 이 지도는 신비스러운 동물처럼 흐느적거린다. 아닌 게 아니라 높이 1.59미터, 너비 1.34미터의 이 지도는 하나의 거대한 동물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동물의 모습은 지금도 분간할 수 있는데, 지도 꼭대기가 동물의 목이고 지도 중간까지가 척추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지도 내용은 언뜻 보면 두개골 같기도 하고 혈관과 장기가 드러난 사체 횡단면 같기도 하다. 또 어떻게 보면, 쪼그라든 이상한 동물 같기도 하다. 프톨레마이오스나 알이드리시 지도에 나타난 격자 선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북적대고 무질서한 세계, 경이로움이 가득하지만 공포가 스멀스멀 다가오는 세계를 구현한 생명체의 분위기를 풍긴다. (본문 142~143쪽)

<강리도>는 세계 최강의 고대 제국에 지도 제작으로 대응한 것이며, 조선이 자국의 자연 지형과 정치 지형을 동시에 인식해 만든 지도다. 중국과 조선은 경험을 활용해 지도를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지도는 단지 지리적 정확성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구조적 관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강리도>와 그 사본은 작지만 당당했던 새 왕조가 덩치가 훨씬 큰 제국의 영역 안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본문 218쪽)

블라외의 《대아틀라스》는 아름다운 활판인쇄, 섬세한 장식, 빼어난 색채, 호화로운 제본으로 17세기 인쇄물 가운데 단연 으뜸이었다. 그것은 스페인 제국에서 벗어나고자 격렬히 투쟁하고, 영토 획득보다는 부 축적을 선호하는 세계시장을 창조한 네덜란드의 산물이었다. (중략) 네덜란드에서 돈줄을 쥔 세력들은 갈수록 널리 퍼져 갔지만 눈에 띄지 않게 세계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17세기 금융시장도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부를 축적할 수만 있다면 정치 중심지나 경계 따위는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본문 422~4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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