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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방진호 소설『사이비』. 수몰예정지역으로 지정된 시골마을에 수상한 교회가 들어선다. 다양한 삶의 군상들이 모여들면서 기적을 빙자해 사람들의 보상금을 노리는 장로와 그를 돕는 목사, 그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주정뱅이 폭군 등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결국 ‘믿음’이란 벽을 사이에 두고 충돌하고 마는데,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진짜일까?

출판사 서평

수몰예정지역으로 지정된 시골마을에 수상한 교회가 들어선다. 지명수배자 사기꾼 최경석은 장로 역할을 하며, 내막을 잘 모르는 목사 성철우를 내세워 마을 사람들에게 사기의 덫을 친다. 이미 최경석 장로 일당이 꾸민 기적을 맹신하고 있는 마을사람들에게 생명수를 팔고, 천국의 자리를 강요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김민철이 나타난다. 민철은 자신의 딸 영선의 대학등록금을 빼돌리는가 하면 딸과 부인에게 폭행도 일삼는 나쁜 놈이다. 민철은 우연히 시내의 한 술집에서 시비가 붙은 최경석 일당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곧 이를 경찰과 마을에 알리지만 민철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을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최경석 장로 일당. 그리고 그 사기에 유일하기 속지 않는 최민철. 이와 같은 대립 구도에서 최민철은 마을사람들을 사기에서 구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반면에 최민철은 자신의 가족에게도 폭언과 폭행, 노름을 일삼는 나쁜 놈 중의 나쁜 놈이다. 최민철이 교회가 사기임을 밝히려는 이유도 순전히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이란 어쩌면 신 앞에서 참회하는 것보다, 나 자신과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공개하는 일이 더 어렵기 마련이다. 우리는 스스로 지닌 나약함과 허점, 실수를 공개하기 꺼리며 안주하려 한다. 어쩌면 빗나간 믿음은 우리 마음속에서 시작되는 불씨와 같다.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 한번 불붙으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은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명수이지는 않을까? 이번 제46회 시체스국제영화제 애니메이션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사이비_The Fake》는 '믿음'에 관한 양면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진실’일까?

“당신의 믿음은 진짜입니까?”
마을을 구원할 유일한 믿음 VS 믿음을 의심하는 한 남자의 사투

★★★★★
제46회 시체스국제영화제 애니메이션 최우수작품상 수상
대한민국 작품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예비 후보 진출
제27회 AFI 영화제 New Auteur 부문(경쟁부문) 초청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초청
제38회 토론토영화제 뱅가드 부문 초청


2013년 11월, 애니메이션과 판타지 소설의 경계선에서 이단아들이 만났다. 2011년 학교 내 폭력과 계급 갈등을 지닌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될 만큼 주목받은 연상호 감독과, 1999년 네티앙에 연재된 소설 《왼팔》로 퓨전판타지 장편소설이란 지표를 제시한 소설가 방진호가 바로 그들이다. 시대는 유감이고, 세월은 꽁꽁 얼어붙은 이 겨울 속을 뚫고 그들이 응답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대중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영화 보기’가 온통 소비주의와 상업적 코드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오롯이 이 시대가 만들어 놓은 '증상' 때문이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드러낼 수 없으니, 그 갈증을 해갈시킬 도리가 없다. 탈출구도 없고, 그렇다고 비상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있다'해도 차단막이 굳게 닫혀 있다. 대중은 잊고 싶은 것에 대해 '스스로 망각'하거나, 시선을 돌려 포기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니 오락성 짙은 영화와 문화가 계속 재생산되는 것이다. 불편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뒤로 곪거나 썩어도 '내게 문제가 되지 않는 한' 관심 밖의 일인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의 문제가 아닌 한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인식은 이미 퇴적층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다. 문제의 발아점이 ‘시대인지 개인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게 무언가에 길들여져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그런데 시대유감의 치부를 과감히 드러내고 있는 문제작이 나타났다.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사이비_The Fake》의 뜻은 ‘닮을 사(似), 말 이을 이(而), 아닐 비(非)’이다.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름, 또는 그런 것'을 의미한다.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제목을 《사이비_The Fake》로 정한 것은 작품 전체를 뚫고 지나가는 ‘비릿한 궤적’과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응답하라 1999년도의 퓨전판타지’의 세계, 그 중심에 있던 방진호 작가가 참여하여 연상호 감독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소설 《사이비_The Fake》를 독특한 시선과 문체로 긴장감을 더해 놓았다.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우리 사회의 썩은 부분을 드러내며 날카롭게 비판한다면, 소설《사이비_The Fake》는 한 호흡을 덜어내고 행간의 의미를 찾으라고 한다. 즉, 독자는 읽는 동안 목사와 장로, 그리고 민철의 생각과 행동 속으로 감정 이입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영화 밖에서 만나는 《사이비_The Fake》는, 독자 스스로 '믿음에 관해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진다. 과연 책을 읽은 독자들은 ’믿음‘에 관해 스스로 옳은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목차

프롤로그

1. 귀향
2. 교회
3. 기적
4. 천양 호텔
5. 하나님의 일
6. 탈출
7. 침묵
8. 충격
9. 상처
10. 할머니의 죽음
11. 아버지와 딸
12. 응징
13. 최후의 심판

에필로그
부록

본문중에서

텅 빈 벌판을 비틀비틀 걷고 있는 민철의 발걸음은 칠성의 가게로 향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언제나 그랬다. 민철이 결국 찾게 되는 사람은 칠성이었다.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해 줄 수 있는 사람. 자기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사람.
배를 움켜잡은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와 손까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점점 굳어서 진득해질 만하면 상처에서 피가 울컥하고 쏟아져 나와 다시 적시기를 반복했다.
민철은 칠성의 가게 앞에 서서 무릎을 짚고 잠시 숨을 골랐다.
그는 불이 꺼져 있는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두운 가게 안에서 방이 있는 곳을 향해 큰 소리로 불렀다.
“칠성아! 칠성아!”
소리를 지를 때마다 상처가 벌어지며 피가 쏟아져 나왔지만 개의치 않고 다시 불렀다.
“칠성아!”
민철은 불이 켜진 방의 미닫이문을 열어 젖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칠성의 등을 돌린 뒷모습이었다. 그 옆에는 길게 누운 칠성의 아내도 있었다.
칠성은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돌아보지도 않고 인사를 건넸다.
“형님 왔소.”
“칠성아, 그놈들, 그놈들 지금 어디 있냐?”
민철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칠성은 아내의 얼굴만 계속 어루만지고 있었다.
“칠성아, 이놈아!”
그제야 칠성은 민철을 돌아보았다. 피투성이가 된 민철을 보고도 칠성은 놀라지 않았다. 그는 평온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형님, 무사하셨구랴.”
“언릉 말해라 이놈아! 그놈들 어디 있냐고!”
칠성은 몸을 옆으로 돌려 민철에게 아내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형님, 이 얼굴 한 번 보쇼.”
그의 말대로 민철은 칠성의 아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엷은 미소를 띤 채 누워 있는 모습이 참으로 평온하게 보였다.
“이상하게 아침부터 기침을 자지러지게 하더니, 이렇게 갔소.”
칠성의 말에 민철은 약간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다물었다. 칠성은 여전히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얼굴을 보소. 참 평화롭지 않소? 내 생전 이런 얼굴은 처음 보오.”
민철은 안타까운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칠성을 불렀다.
“칠성아, 이놈아…….”
칠성은 아내의 머리와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이 사람이랑 살면서 이렇게 평화로운 얼굴은 정말로 첨 보는구만요.”
민철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칠성아, 다 가짜여. 그놈들 다 사기꾼이란 말여. 정신 차려, 이놈아…….”
칠성은 웃는 얼굴로 민철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형님, 그놈들이 왜 사기꾼이요. 그놈들이 사기꾼이면 지금 이 사람 얼굴은 뭐요. 사기꾼이 어떻게 이 사람 얼굴을 이렇게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거요. 지금 천국에 가서 하나님 품에 편히 있을 거구먼요.”
“이 답답한 친구야, 하나님이 다 뭐여. 그놈들 그냥 돈 받아낼라고 거짓말한 가짜란 말이여!”
“거짓말은 형님이 하고 계시요. 이 얼굴을 한번 보고 말해 보소. 이게 가짜라고요? 허허, 그럼 지금 이 사람은 어디로 갔다는 거요?”
칠성은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힘없이 웃었다.
“형님, 가짜 아니요. 그럴 리가 없소. 그러면 안 되는 거요.”
“이놈아, 그놈들 어디 있어. 그놈들 지금 어디 있냐고!”
“지금 이 사람은 제일 행복해 하고 있을 거요.”
칠성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손길로 아내의 양 볼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이 사람아, 좀만 기다리게. 내 금방 따라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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