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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정치, 영화, 미술, 철학 등 전반에 걸쳐 20세기의 가장 독창적이고 창조적 사유의 길을 독자적으로 뚫고 나간 발터 벤야민의 『괴테의 친화력 - 신화, 구원, 희망』. 시적 상징성, 비의성, 멜랑콜리, 알레고리적 사유 등으로 빛나는 글쓰기를 통해 '20세기의 가장 빼어난 산문가'라는 영예를 얻은 저자가, 1917년부터 1922년까지 쓴 논문이다. 괴테의 <친화력>을 근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신화적인 것'이라는 개념을 맞세우며 비평하고 있다. 일면적으로 읽혀져온 저자의 개념 체계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21세기에 새로운 ‘문제적 사상가’로 부상한 발터 벤야민의 최고의 ‘문제작’! 신화와 폭력의 어두움에 가려 있는 우리 시대에 ‘희망 없는 자들’에 대해 희망을 탐구하다.

20세기의 가장 빼어난 이론가-비평가인 발터 벤야민이 묻는 작가란 무엇인가? 비평(가)란 무엇인가?

“…… 그들이 전쟁을 위해 힘을 비축하는 일이 결코 없다고 해서 그것이 어떻다는 말인가? 오직 희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희망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만약 성장해가는 작품을 불꽃을 튀기며 타오르는 장작에 비유한다면 그것 앞에 서 있는 주석자는 화학자와 같으며 비평가는 연금술사와 유사하다. 화학자에게는 장작과 [타고 남은] 재만이 분석 대상인 데 반해 염금술사에게는 불꽃 자체만이 수수께끼를 감추고 있다.”

| 발터 벤야민의 사유의 뿌리와 원천을 감추고 있는 가장 종합적인 문제작!

지난 20세기말을 전후해 세계사가 ‘자본주의의 승리’에서 ‘테러와의 전쟁’으로 급전환되면서 갑자기 부상한 사상가는 예상외로 발터 벤야민이었지만 아직도 발터 벤야민은 어렵고 난해하기만 한 사상가에 가깝다. 특히 한국에서는 발터 벤야민이 주로 ‘아우라’와 복제 시대‘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 ‘문예 비평가’로만 알려져 왔기 때문에 21세기 들어 급부상한 일종의 ‘정치 사상가’ 또는 ‘존재론 철학자’로서의 발터 벤야민의 새로운 얼굴은 제대로 된 이해는커녕 온갖 오해를 낳았을 뿐이다. 심지어 프랑스의 세계적 철학자인 데리다조차 벤야민의 ‘폭력 비판론’이 아우슈비치의 홀로코스트에 가닿을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벤야민의 중기 사상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이 책은 이렇게 양분화된 벤야민의 모습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이 책은 벤야민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인용되는 ‘비평가는 연급술사이다’라는 명제를 비롯하여 문예 비평에 대해 그의 종합적인 입장을 가장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이 글에 곳곳에 산포되어 있는 빼어난 비평문은 지금 우리 상황에 읽어도 전혀 동시대성이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동시에 이 저서는 ‘희망은 오직 희망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다’란 비의적인 문장으로도 유명한데, 이 말은 동시에 그의 ‘정치 철학’의 핵심을 요약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신화’와 ‘폭력’ 그리고 ‘법’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구제’와 ‘구원’에 대해 벤야민의 독창적인 결론으로 제출되고 있는 위의 명제는 ‘불신, 불안, 불만의 3불(不)’시대라는 오늘날에 읽어보아도 그의 사유의 정치적 현재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만든다(그리고 예를 들어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계몽의 변증법>이 이 글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고 이를 어떤 - 왜곡된 - 방향에서 모사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벤야민의 이 글의 중요성은 위의 두 측면이 둘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야누스처럼 둘이되 하나로 종합되어 있는 데 있다. 따라서 이 책만큼 벤야민의 종합적인 모습을 가장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책도 없을 것이다.

| 근대를 ‘신화’와 ‘폭력’과 법으로 사유하다. 정치 철학의 시대인 21세기의 핵심 개념들에 대한 벤야민의 독창적인 정치철학적 접근.

만약 19세기가 정치경제학의 시대였고 20세기가 정치학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정치 철학’의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19세기의 주인공이 노동자였고 20세기의 주인공이 시민이었다면 21세기의 인간은 ‘호모 사케르’가 되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우리의 사유의 단단한 도구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져 버리고, ‘신화’와 ‘폭력’, ‘법’에 대한 사유가 새로이 우리 지성계를 배회하고 있다. 계급과 구조와 이성, 주체 등은 이제 사상계에서조차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다. 막스 베버는 근대는 ‘탈주술화’ 과정이라고 주장했으나 벤야민 등은 오히려 근대는 신화 속에 있었으며 법이야말로 폭력의 신화화된 형태라고 주장한다. 아마 최근의 한국 사회도 법치에 점점 더 접근한다기보다도 이 ‘법’이 신화화된 폭력과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으며, 일반 시민들은 법과 정치 앞에 사실은 시민이나 법적 주체가 아니라 ‘호모 사케르’와 같은 처지라는 것이 여실이 드러나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관련해 <계몽의 변증법> 식의 ‘도구적 이성’의 절망의 변증법에만 익숙해있지 막상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전적으로 빚지고 있는 벤야민의 이 책은 접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신화와 폭력과 희망을 축으로 근대를 읽는 벤야민의 입장은 <계몽의 변증법>으로 대표되는 프랑크푸르트학파나 마르크스주의 또는 베버적·루카치적 근대와는 완전히 다른 정치철학적 테제를 제출한다. 그리고 벤야민은 ‘육체를 움켜잡는 근대’도 또 ‘전쟁을 위해 힘을 비축하는’ 근대가 아니라 오직 희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희망으로서의 근대의 초극을 탐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아마 최근에 유행하는 ‘정치 철학’을 이해하려면 벤야민의 이처럼 참신한 정치 철학적 사유를 모든 사람들이 통과해야 할 것이다.

| 비평가란 무엇인가? 작가란 무엇인가? 실증 사관과 이념 사관 그리고 작가 영웅주의를 모두 넘어서는 문학과 비평에 대한 아름다운 한 편의 아름다운 에세이.

원래 이 글이 괴테의 소설 <친화력>에 대한 비평으로 의도된 것이라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작품과 작가 그리고 비평에 대한 벤야민의 독창적인 철학적 사유와 정치적 입장 그리고 그에 대한 실천적 글쓰기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 실중주의와 작가 영웅주의를 양축으로 하는 게오르그 학파의 입장을 논파하기 위해 썼으나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다가 게오르그파의 일원이자 빼어난 소설가인 호프만슈탈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발표된 이 글을 그러한 정황 자체가 이 글이 문제작일 수밖에 없음을 증명해준다.
비평가는 연금술사로 진리를 묻는 존재라는 입장부터 미와 가상 그리고 진리에 대한 벤야민의 독특한 입론은 그의 이후와 이전의 글들이 어떤 입장에서 쓰여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준다. 또한 일종의 독일의 민족 영웅 괴테를 둘러싼 여러 입장을 정리하면서 실증주의, 작가주의, 작가 영웅주의 등을 비판하고 있는 이 글을 예를 들어 이광수를 둘러싼 국내의 논의의 한계를 돌아보는 데도 여러모로 적합한 통찰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벤야민의 이 글은 그의 다른 모든 글이 그렇듯이 글쓰기가, 특히 비평이 얼마나 매혹적일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철학적 사유나 정치적 사유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점에서 비평이 맥이 탁 풀려버린 이 시대에 우리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아리로서도 큰 울림을 울릴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 서문을 대신해 : '오늘의 벤야민'을 위한 하나의 간주곡

Ⅰ 정명제로서의 '신화적인 것'
1 _ 비평과 주석
2 _ 『친화력』에 있어서의 신화적 세계의 의미
3 _ 괴테에게 있어서의 신화적 세계의 의미

Ⅱ 반명제로서의 '구원'
1 _ 비평과 전기적 연구
2 _ 군돌프의 『괴테』
3 _ 노벨레

Ⅲ 종합 명제로서의 '희망'
1 _ 비평과 철학
2 _ 가상으로서의 미
3 _ 유화의 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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