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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인가

출판 관계자가 아닌 작가와 일반인이 바라본 도서정가제와 한국 출판시장에 대한 이야기. 출판전문 격주간지인 〈기획회의〉 ‘도서정가제 특집’ 3회분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출판시장의 소비자인 독자들을 도서정가제 논의에 끌어들여 오프라인 서점이 왜 중요하고 도서정가제가 어째서 필요한가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머리말에서는 정일근 시인이 약육강식의 세계로 변해버린 출판시장을 비판하며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1부에서는 곽재구, 김용택 등 10명의 작가들이 우리의 삶과 함께한 동네 서점에서 문학가의 꿈을 키웠던 추억담을 그려낸다. 2부에서는 소비자 단체 사람들이 모여 도서정가제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수록하고, 마지막 3부에서는 문인 43명을 대상으로 도서정가제 앙케이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실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출판계는 점점 어려워진다고 하고, 시장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른바 밀어주는 책 또는 베스트셀러 외에 다른 책들은 초판도 다 팔지 못할 정도이다. 잘 팔리는 책 위주의 시스템은 출판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몇몇 책 외에 다른 책들이 팔리지 않아 좋은 신인작가들이 등장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유통 시스템이 흔들려 소중한 문화 공간이자 책의 전시장인 오프라인서점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도서정가제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출판시장에서 책의 가격 경쟁은 장기적으로 시장 상황을 악화시키고 결국 독자에게도 악영향을 준다. 하지만 독서시장의 최종 소비자인 독자들은 도서할인제가 출판시장을 죽인다는 출판계와 서점계의 말에 선뜻 수긍하지 못한다.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숱한 문제제기가 정작 소비자인 독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인가
이 책은 출판 관계자가 아닌 작가와 일반인이 바라본 도서정가제와 한국 출판시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출판전문 격주간지인 〈기획회의〉 ‘도서정가제 특집’ 3회분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머리말 ‘도서할인제가 책의 길을 죽인다’에서 정일근 시인은 약육강식의 세계로 변해버린 출판시장을 비판하며 동네 서점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도서할인제가 책의 길을 죽이고 있다며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소리 높여 주장한다.
1부 ‘인간의 영혼을 파는 가게’는 우리 작가들이 쓴 서점에 얽힌 추억담이다. 곽재구, 김용택 등 10명의 작가들이 우리의 삶과 함께한 동네 서점에서 소설가와 시인의 꿈을 키웠던 자신의 추억담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오프라인서점은 단지 책을 파는 곳이 아닌 시민들의 문화공간임을 되새긴다.
2부 ‘특별좌담-완전도서정가제를 안착시킬 사회운동이 필요하다’는 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자 단체 사람들이 모여 도서정가제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다. 일반 소비자와 문화생산자의 입장에서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참석자 중에는 과거에 도서정가제를 비판하는 글을 쓴 이도 있었으나, 이번 좌담에서는 도서정가제를 ‘문화를 지키려는 마지막 몸부림’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옹호하고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로는 출판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완전도서정가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출판계에서 도서정가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시민운동 차원에서라도 도서정가제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3부 ‘문인 43명에게 묻다’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서정가제 앙케트이다. 실제 저작 활동을 하는 작가들은 도서정가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는 자리이다. 설문 결과 다수의 작가들이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예외 조항 없는 완전도서정가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도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지금까지 도서정가제 논의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한 독자들과 대중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저자와 출판사, 서점만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기도 하다. 아니, 독자야말로 책을 완성하는 마지막 주체이다. 지금 우리 출판시장에 필요한 것은 독자들과 함께 도서정가제 문제를 고민하려는 노력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출판시장의 소비자인 독자들을 도서정가제 논의에 끌어들여, 오프라인 서점이 왜 중요하고 도서정가제가 어째서 필요한가를 독자들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 것이다. 또한 정치, 경제, 문화,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앞으로 출판계가 완전도서정가제를 입법화하고자 할 때 심정적 동조자로, 나아가서는 강력한 후원자로 나서줄 수 있을 것이다.

도서할인제가 책의 길을 죽인다 정일근

1부 인간의 영혼을 파는 가게
영혼을 파는 가게에 대한 추억 곽재구(시인)
드디어 책 외상값을 다 갚다 김용택(시인)
내 마음의 천국, 종로서적을 추억함 장석주(시인)
눈물을 꾹 참고 책을 고르다 김연수(소설가)
추억 속의 서점 이금이(동화작가)
내 생의 지도를 바꾼 서점 이재무(시인)
숨겨둔 애인 같은 그 책방 이경혜(아동문학 작가)
문구사에서 몰래 자란 내 인생과 문학 이경자(소설가)
읍내 책방의 추억 손택수(시인)
동네 책방은 동등한 경쟁을 바란다 김종광(소설가)

2부 특별좌담-완전도서정가제를 안착시킬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김자혜(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김정명신(문화연대 공동대표)
이우정(동대문구 정보화 도서관장) 조월례(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공동대표)
안찬수(책읽는사회 사무처장)

3부 문인 43명에게 묻다(도서정가제 앙케트)
강영 고증식 고찬규 공광규 권여선 김성범 김용락 김중혁 김홍신 노경실
마광수 명지현 박덕선 박도 박상률 박영희 박종국 박혜숙 방현석 배재경
손세실리아 신현수 안신영 안현미 유경숙 윤석홍 윤후명 이경혜 이경화 이선
이종수 임상모 장석주 전성태 정미진 조철규 차창룡 채호기 최시한 최영철
최창균 한승원 함순례

필자약력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말이 있다. 한국YMCA, 아름다운 가게 등 NGO들이 이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공정무역은 공정거래다. 가난한 나라를 돕는 방법이 원조가 아닌 공정무역으로 변했다. 동티모르 사메지역 로뚜뚜마을 아라비카종의 천연 커피나무가 있다. 한국YMCA는 그 커피열매를 공정한 거래로 구입해 동티모르 평화재건을 돕고 있다.
도서정가제 정착은 이 같은 공정무역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1만 원을 주고 사야 하는 책이면 공정한 거래로 1만 원에 팔고 사야 저자와 출판사, 서점이 다 함께 살 수 있다. 덤핑 같은 불공정거래는 결국 우리나라의 출판문화를 죽인다. 우리가 우리를 죽인다. 무릇 책 속에 사람의 길이 있다고 했는데 책의 길을 도서할인제가 죽이고 있다는 생각! 우리의 미래가 섬뜩하지 않은가.
- 정일근, 「도서할인제가 책의 길을 죽인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