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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윤리에 관한 연구보고서. <국화와 칼>의 원형인 이 책은 일본군의 행동에 관한 부분을 중심으로 전시 일본인의 행동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연구보고서로 저자는 문화상대주의 입장에서 <義理>, <恩> 등을 일본인 특유의 윤리기준으로 보고, 일본인의 정체를 밝히고 있다. 또한 저자는 전쟁이 종식된 다음에 천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루스 베네딕트의 [리포트 25―일본인의 행동패턴](Report 25: Japanese Behavior Patterns―이하 [일본인의 행동패턴]이라 부름)과 비망록을 주 텍스트로 하되, 루스 베네딕트 연구가나 문화학자들의 해설(아래의 목차 참고)을 덧붙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뿐만 아니라 [국화와 칼], 그리고 저자 루스 베네딕트를 이해하는 데 흥미롭고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주된 텍스트는, 1944년 9월부터 미 국무성 해외전의분석과회의의 정식멤버가 되었던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 문화의 입문적인 리포트 작성의 필요성에 따라 1945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집필하여 1945년 8월 6일과 11일 사이 즉 원자폭탄이 투하되기 직전까지 3개월 만에 완성한 [리포트 25―일본인의 행동패턴](Report 25: Japanese Behavior Patterns)을 번역한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는 전후 이 [일본인의 행동패턴]을 바탕으로 문화인류학적인 분식(粉飾)을 더해 [국화와 칼]을 출간했다. [국화와 칼]은 50년보다 더 전에 쓰여 그 동안 방법론에 대하여 냉엄한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일본에서만 100판 이상을 거듭하며 230만 권 이상이 팔렸고 세계적으로도 일본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입문서로 알려진 책이다.

루스 베네딕트 자신도 [국화와 칼]이 이렇게 권위있는 텍스트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여 책의 수명을 10년쯤으로 잡았다고 한다. 또한 일본에 한 번 가 보지도 못한 채 출판한 것에 대한 심적 부담으로 장차 필드워크를 통해 수정 보완하리라는 의사를 밝혔지만 책이 출판된 2년 후 사망하여 결국 대표적 문화인류학적 연구서로 꼽히는 『국화와 칼』은 필드워크 없이 출간된 책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국화와 칼]의 신화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리포트 25―일본인의 행동패턴](Report 25: Japanese Behavior Patterns)이 바로 [국화와 칼]의 원형이며 진수라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문화인류학적인 분식(粉飾)이 가미된 [국화와 칼]과 비교하면, 알몸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인의 행동패턴]은 우리에게 어떤 말을 던지고 있는가?

루스 베네딕트의 [일본인의 행동패턴]의 연구테마는 "일본인은 (진정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곧 패전국 일본을 상대로 전후의 전략을 세워야 할 연합군측은 상황이 변해도 아무 고통 없이 너무나 쉽게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일본인에게는 도덕적인 원리 혹은 윤리적인 규정이 전혀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절대적인 선악의 윤리관을 가진 서양인으로서는 이러한 일본인의 행동에 의해서 드러나는 역설(paradox)에 공포심을 가졌고, 일본인을 이해할 수 없는 국민으로 결론짓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베네딕트는, 일본인의 그러한 모습은 윤리적 기준이 서양인들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점, 즉 책무나 예절에 관한 규칙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윤리기준은 형식적이며 선악의 판단은 주변 상황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 서양의 윤리 기준으로는 이러한 일본인의 행동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이리저리 변하는 변덕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일본인의 도덕규범이라든지 책무에 관한 생각은 결코 서양인에게 위협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 "이해 불가능"한 일본인을 인간답게 묘사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일본인은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연합군측에 확실하게 전했다.

그들의 복잡한 윤리시스템 속에서 천황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당시 미국에서는 전쟁책임자인 천황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이 절대적인 문화적 가치로 정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베네딕트는 미국의 문화적 가치를 관철시키면 일본의 복구가 늦어질 뿐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천황이란 존재의 의미를 문화인류학에서 보이는 예로 설명했다.

즉,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 있는 신성한 수장과 말하는 수장이라는 이중적인 수장제도에 비유하면서 천황과 군국주의자들과의 관계를 밝혀 당시의 일본인이 유일하게 신용할 수 있는 천황의 입장을 이용할 것을 권했다. 후에 Time은 "그녀는 천황을 구했다" 는 제목으로 베네딕트의 역할을 크게 평가했다.

"일본인의 행동패턴" 의 마지막 장에는 "위험한 줄타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이 장에서 한꺼번에 그 전모가 드러나는 일본인의 행동이 보이는 패러독스는 동시에 미국에 대한 경고이기도 해서 나중엔 독자는 "줄"을 타는 것이 "일본인"인지 "미국인"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물론 그것이 바로 문화의 상대성을 인식했던 베네딕트가 의도한 바였을 것이다.

당시 일본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적었기 때문에 전후에 이 책자가 일본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 정보로서 점령군 사이에서 널리 참고되었다

시작하는 말 ...17

Ⅰ. 일본인은 숙명론자인가
숙명관의 결여 ...22
180도 방향전환 ...26
대중을 장악하는 방법 ...29
호랑이굴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없다 ...32
카스트 사회 ...34
어떻게 해서 훌륭한 죽음을 택할 것인가 ...36

Ⅱ. 일본인의 책무체계
인 ...42
은 ...44
일본인의 책무에 관한 한 고찰 ...45
도련님이 받은 은의 ...51
의무 ...55
권력의 이중제도 ...60
의리 ...62
사십칠사의 의리와 마코도 ...64
의리만큼 지키기 힘든 것은 없다 ...67
면목을 지키기 위한 의리 ...73
명예와 치욕 ...78
의리와 인정의 대립 ...83
메이지시대의 책무에 관한 가르침 ...86
신성한수장과 말하는 수장 ...96
사람과 신의 구별 ...99
상황변화에 따라 역할을 바꾸는 종교 ...102

Ⅲ. 일본인의 자기단련
거부할 수 없는 커다란 자기부정 ...105
쾌락에 대한 일본인의 태도 ...107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결혼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112
감정을 얼굴에 나타내서는 안된다 ...116
"행복추구"의 의미 ...118
자기단련방법 ...121
한점 집중 ...122
제6관의 훈련 ...126
진정한 인생 맛보기 ...130
정신단련의 무게 ...131

Ⅳ. 성실
"마코도"의 결여 ...138

Ⅴ. 위험한 줄타기
자중해야 한다 ...143
권태와 자극 ...147
일본은 작은 항아리 ...150
일본인 특유의 독선 ...155
책무의 수행과 존경 ...159
모욕은 파괴적 ...163

비망록에서
천황은 어떻게 처우해야 하는가 ...167
[해설1] "일본인의 행동패턴"에서 "국화와 칼"까지 ...173
[해설2] 베네딕트의 인생과 학문 ...214
[해설3] "일본인의 행동패턴"을 읽고 ...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