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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흔히 브레히트와 비교되는 중요한 극작가로 꼽히는 호르바트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소설. 바이마르 공화국이 붕괴되고,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몇 년 후의 독일을 배경으로, 그로테스크한 시대에 태어나 평범하게 살수 없었던 한 청년을 통해 조국이란 이름으로 파멸되어가는 소시민 계층의 악마적 허위 의식과 악행을 형상화했다.

얼마 전 출간된 국가 폭력과 이에 맞선 운동권의 폭력이 맞부딪치며 숱한 비극을 양산한 80년대를 '광기의 시대'로 규정한 문부식 씨의 저서는 종래 국가 권력의 폭력성만 비판해온 진보진영의 관성에서 벗어나, 운동권 재부의 폭력성까지 문제삼는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80년 광주항쟁과 삼청교육대 소집, 비전향 장기수 사상전향 공작에 대한 전국민적 방관이나 동조가 바로 이른바 일상적 파시즘이라는 집단심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문부식 씨는 결론적으로 우리안의 폭력을 제대로 성찰할 때만이 국가 폭력을 제대로 성찰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비로소 국가 폭력의 부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80년대가 광기의 시대였다면 세계사적인 광기의 시대는 단연 독일의 나찌즘 시대일 것이다. 조국, 지도자, 군대, 충성이라는 틀에 갇혀 다른 소중한 가치는 모두 다 무시하고 짓밟아버린 시대.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독일에서는 브레히트와 비교되는 극작가 외된 폰 호르바트는 [우리 시대의 아이] [신 없는 청춘]등의 작품을 통해 이 시대의 파시즘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파시즘을 비판한다고 해도 호르바트는 전적으로 개인의 편을 들지 않는다. '내 안의 파시즘' 비판과 같은 맥락에서, 그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범죄자 집단이나 다름없는 위선적인 조국과 지도층에 맹목적으로 충성한, 청년으로 대표되는 독일 국민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폭로하고 그들에게도 준엄한 일침을 가한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극작가 호르바트가 태어난 1901년은 자연주의 문학 및 예술관에 대립하여 생겨난, 당시의 세기말적 사회상을 반영하는 허무주의적 경향을 동반한 세기말적 모티브가 독일 문학을 포함한 전체 유럽 문학의 예술방향을 지배하던 때였다. 호르바트의 마지막 소설인 [우리 시대의 아이]를 통해 작가는 '위대한 시대'의 전형적인 '아이'인 군인으로 변하여 익명의 병사-소설의 화자- 인 '나'를 통해 독재자의 적나라한 모습을 표현한다. 뻔뻔스러울 정도의 단순하고 단도직입적인 표현으로 군국주의, 민족주의의 비인간성을 폭로하고 불합리성을 시적 독백으로 논증하는 주인공 '아이'의 독백은 독일문학에서 드물게 보는 사회 비판적 극시로 꼽히기도 한다.

"나는 군인이다. 그리고 나는 군인인 게 좋다"로 고백을 시작하는 주인공 청년은 실업자 신세를 면하게 해준 조국과 지도자에 충성을 맹세한다. 이웃 나라의 전쟁(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기 전 청년은 우연히 알게 된 놀이공원 매표소 아가씨에게 사랑을 느낀다. 점점 더 인간성을 상실하고 잔인해져만 가는 전쟁터에서 그가 유일하게 좋아하던 대위를 구하려다 입은 팔 부상으로 청년은 뜻하지 않은 제대를 하고 상이군인으로 전락한다. 다시 입대 전의 생활처럼 내일의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생활 속에서 그는 자신이 숭배하고 충성했던 지도자들과 조국이 한낱 헛된 망상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잘못된 시대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동참했던 청년은 어느 날 한때 사랑했던 매표소 아가씨의 불행을 복수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름으로써 강력한 지배층에 대한 힘없는 저항을 시도한다. 눈이 내리는 공원, 새로운 시대를 생각하며 벤치에 앉은 청년은 "마치 대단한 밤이 다가오는 것처럼" 하품을 하고 또 한다.

"그래 돌아갈 시간이야. 안 그러면 문이 닫힐 거야." 밤이 가고 천천히 낮이 찾아온 공원에서 그는 눈사람이 되어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마지막 절규, "그렇다고 날 욕하지는 마. 나는 어쩔 도리가 없었어. 나는 바로 우리 시대의 아이였거든. 부디 이 점만은 알아주기를..."

1931년 호르바트는 희곡문학 부문에서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게오르크 뷔히너를 연상시키는 호르바트는 히틀러가 그의 조국 오스트리아를 삼킨 직후에 빛을 잃는다. 1938년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걷던 그는 번개 맞아 떨어지는 나뭇가지에 머리를 맞고 37세라는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만물의 아버지 ... 7
마법의 성 ... 30
대위 ... 51
거지 ... 61
교수형을 당한 자의 집 ... 80
개 ... 112
잃어버린 아들 ... 118
생각하는 동물 ... 138
난쟁이 왕국 ... 152
군인의 신부 안나 ... 168
눈사람 ... 211

옮긴이의 말 ...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