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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뱀파이어 소설을 필두로 19∼20세기 뱀파이어 소설 10편을 소개한 책.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인 존 폴리도리의 <뱀파이어>부터 섬뜩한 반전이 인상적인 브램 스토커의 단편, 뱀파이어 소설이 낭만주의를 넘어서는 계기가 된 중편 <카르밀라>에 이르기까지 뱀파이어가 주는 모든 공포가 담겨 있다.

1. 뱀파이어가 줄 수 있는 모든 공포를 만나다
《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1·2와《세계 호러 단편 100선》을 선보이며 호러의 자취를 탐색해온 책세상에서 이번에는 뱀파이어 중·단편의 걸작들을 모은《뱀파이어 걸작선》을 출간했다.《뱀파이어 걸작선》에는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을 필두로 19~20세기 뱀파이어 소설 10편이 담겨 있다.《드라큘라》의 작가 브램 스토커, 공포 문학의 거장 조셉 셰리든 레퍼뉴를 비롯해 러시아 대문호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등이 남긴 뱀파이어 소설들은 말초적인 공포에 집착하는 현대 공포 소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정통 호러만의 깊이와 울림을 전해준다.
인간이 창조한 공포 문학 캐릭터 가운데 인간과 가장 닮은 뱀파이어. 신화에서 시작해
전설과 민담, 역사적인 실존 인물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아왔다. 이 책에 실린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
〈뱀파이어〉, 마녀 이미지가 결합된 여성 뱀파이어 소설의 시초〈카르밀라〉,
뱀파이어 문학의 고전《드라큘라》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단편〈드라큘라의
손님〉, 영화나 연극으로도 유명한〈비이〉 등은 뱀파이어 문학의 계보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작품들로 대부분 국내 초역이다. 오랜 세월만큼
더 깊은 울림을 내는 10편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두렵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뱀파이어가 주는 모든 공포를 경험할 것이다.

2.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
―귀족 뱀파이어, 루스벤 경의 탄생 문학 장르 속에 뱀파이어가 등장한 것은
신화의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공포 문학 계보에서 최초의 본격적인 뱀파이어 소설로 볼 수 있는 작품은 존 폴리도리의〈뱀파이어〉다.〈뱀파이어〉에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큘라 백작’, 즉 귀족 흡혈귀의 원형이라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최초로 등장한다. 여기 나오는 뱀파이어 루스벤 경은 겉으로는 박식하고 매혹적인 영국 신사지만 오싹하리만큼 사악하고 불경한데다 도덕성은 찾아볼 수 없다. 상상력이 뛰어난 영국 청년 오브리는 그런 루스벤 경의 매력에 빠져들고, 루스벤 경은 오브리의 연인을 유혹해 죽음으로 몰아넣은 뒤 급기야 그의 여동생까지 노린다. 오브리는 여동생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지만 오브리의 누이동생은 결국 “뱀파이어의 허기를 실컷 채워준 희생양”이 되고 만다.
루스벤 경은 다양한 뱀파이어 캐릭터가 탄생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뱀파이어〉는 알렉상드르 뒤마 등의 각색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고, 이에 영향을 받아 많은 작가들이 뱀파이어 소설 창작에 뛰어들면서 외모와 성격, 행동 등에서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는 뱀파이어 캐릭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3. 순진한 소녀에서부터 팜므파탈까지, 여성 뱀파이어의 매력
이 책에는 피에 대한 집착과 사악함이라는 뱀파이어의 기본 요소가 다양한 문학적 변형과 상상력 안에 녹아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여성 뱀파이어의 등장이 흥미로운데, 그들은 중세의 지배적 미신이던 마녀와 흡혈귀가 결합되어 탄생했다. 여성 뱀파이어는 남성 뱀파이어와 달리 뱀파이어로 변하기 전의 모습이 선(善)의 상징처럼 묘사된다. 그것은 순진한 소녀에서부터 팜므파탈까지, 여성성의 극단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매력과 두려움이라는 뱀파이어의 특징을 배가하는 효과를 낸다.
루스벤 경이 남성 뱀파이어를 대표한다면 중편〈카르밀라〉의 카르밀라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성 뱀파이어를 대표한다.〈카르밀라〉의 화자 로라는 유년 시절 잠결에 본 아름다운 소녀가 자신의 가슴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남긴 경험을 안고 성장한다. 12년 뒤 로라 앞에 꿈속의 소녀 카르밀라가 나타나고, 이때부터 로라에게는 이상한 일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한없이 매력적이고 나약하며 때로 무서우리만큼 열정적인 카르밀라. 추하거나 사악한 모습이 아닌 기묘한 매력과 이상한 사건들만으로도 공포감을 주는 이 작품은 아름다운
뱀파이어 소설의 대표작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한편〈죽은 연인〉의 클라리몽드는 남자를 유혹해 피를 빠는 매춘부지만 사랑에 빠진 뒤로는 흡혈을 거부한
채 죽어가다가 연인에게서 그가 죽지 않을 만큼씩만
피를 취하며,〈피는 내 생명〉에는 착하기만 하던
여인이 억울하게 살해당한 뒤 사악한 요부로 변하는
과정이 섬뜩하게 그려진다. 고골 특유의 위트와 해학이
그대로 살아 있는 작품〈비이〉는 뱀파이어의 마력 앞에 서서히
무너져가는 신학도의 모습을 오싹하게 그려내고 있다. 청순한 소녀에서부터
무시무시한 노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신하는 여성 뱀파이어는 초현실적
이야기에 강한 대가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

4. 낯설지 않은 이야기, 그러나 낯선 공포
이 책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는 그간 여러 매체에서 접해온 흡혈귀와 다르지 않다. 인간을 유혹해 피를 탐하고 십자가나 말뚝 앞에서 영생을 마감하는. 그런데 이런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 현대 공포 소설들보다 더한 매력과 두려움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중세의 음산한 분위기와 행간의 울림이 큰 문장들이 자아내는 고전적인 공포로 그 질문에 답한다.
〈시튼의 이모〉는 모호한 분위기와 불가해한 두려움으로 공포감을 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시튼이라는 친구의 집에 방문해 그의 이모를 만난 경험을 서술한 화자의 이야기 속에는 얼핏 평범한 인간들만 등장하는 듯하다. 직접적인 흡혈이나 긴박한 추격 장면도 묘사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튼의 이모가 서서히 조카의 기력을 빼앗아가는 과정, 그녀의 설명할 수 없는 행동, 히스테릭한 시튼의 모습 등은 읽는 이에게 의문과 초조함, 불가해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그 외에도 반복되는 꿈과 으스스한 탑실을 배경으로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탑실〉, 금방이라도 죽은 자들이 일어나 다가올 것만 같은〈드라큘라의 손님〉 등 억지스러운 기교나 장식이 배제된 10편의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진정한 공포의 매력과 깊이를 체험할 것이다.

들어가는 말

카르미라 | 조셉 셰리든 레퍼뉴
뱀파이어 | 존 폴리도리
탑실 | 에드워드 프레더릭 벤슨
시튼의 이모 | 월터 존 데라메어
드라큘라의 손님 | 브램 스토커
피는 내 생명 | 프랜시스 매리언 크로퍼드
죽은 연인 | 테오필 고티에
뱀파이어의 부활 | 제임스 맬컴 라이머
사라의 묘 | 프레더릭 조지 로링
비이 |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